[사설]법관들, 정권바람 탄 싸움 말고 개혁 큰 그림 그려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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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법관대표회의 개최 이후 법원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법원 내부 게시판에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반대로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진행방식과 집행부의 행태를 성토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19일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행사 축소 압력에 대한 추가조사 권한 위임, 전국법관대표회의 상설화를 위한 대법원 규칙 개정 등을 의결했다. 판사들 사이에서는 관료화된 법원행정처를 쇄신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전국법관대표회의 상설화는 그 역할이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으면 사법부의 정치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부 판사들이 그동안 학술행사 축소 비판으로 포장했던 양 대법원장에 대한 불만을 사퇴 요구로 노골화하는 단계에 이르면서 ‘사법파동’ 얘기까지 나온다. 내년에 개헌도 예정돼 있으니 이 기회에 대법원장 권한에 대한 법관들의 총의를 모아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겨우 임기 3개월을 남겨둔 양 대법원장을 향해 학술행사를 빌미로 사퇴를 압박하는 것이라면 법원의 미래를 위해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양 대법원장은 전국법관대표회의 집행부로부터 의결 내용을 전달받고 수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양 대법원장의 대응에 따라 다음 달 24일로 예정된 전국법관대표회의 2차 회의의 분위기도 바뀔 것이다. 학술행사 축소에 대해서는 더 납득할 만한 조사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1차 회의 후에 “과연 이 회의가 전국 법관의 총의를 담은 회의인지 의문이 든다” 등의 반발이 터져 나와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정당성도 타격을 입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월 새로운 대법원장을 임명하고 그의 제청을 통해 임기 말까지 11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다. 법관들이 정말 사법부의 독립과 법원 내 관료주의 타파를 원한다면 개헌과 사법권력 교체를 염두에 두고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법관들이 큰 그림을 제시하지 못하면 정권이 바뀌니 법원도 정치바람 타는 싸움이나 한다는 얘기밖에 듣지 못한다.
#전국법관대표회의#양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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