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한의 무장해제 노린다? 미국 내 깊은 ‘불신’…어떻게 봐야하나 [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9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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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는 연일 긍정적인 메시지와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지만 워싱턴 정가에서는 정상회담의 실효성에 대해, 또 회담에 응하는 북한의 저의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표출하고 있는 듯합니다.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을 보거나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미국을 방문한 한국 측 국회 대표단과의 만남에서 ‘북한이 원하는 건 비핵화가 아니라 한국의 무장해제 아니냐’라고 발언한 것이 단적인 사례입니다. 위와 같은 발언들은 국경장벽 설치를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와 미 의회 간 견해차의 연장선상에서 고려해야 하나요? 혹은 미 의회 내 북한 당국에 대한 강한 불신이 여전히 미북 핵협상의 주요 독립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해야 하나요?

- 박기범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정치학 전공 15학번

A.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간의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정상회담이 잘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내고 있는 반면, 미국 의회와 워싱턴의 전문가 그룹에서는 매우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미국 의회와 워싱턴 전문가 그룹의 회의적인 태도가 근거가 없거나 약하다는 주장을 펴면서 그 주된 이유로 미국의 의회와 언론을 포함한 기득권층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가지고 있는 반감이 원인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의회, 특히 민주당을 중심으로 북한에 대한 강한 불신이 나오고 있는 것은 현재의 긍정적인 상황 진행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공격 차원에서 부정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미국 국내정치적 차원의 문제라는 것이지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1차 때와 마찬가지로 매우 성공적일 것이나 (협상)속도는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워싱턴=신화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1차 때와 마찬가지로 매우 성공적일 것이나 (협상)속도는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워싱턴=신화 뉴시스

정치인들의 모든 행동에는 정치적 동기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이 나올 때 마다 언론의 근거 없는 비판이라고 하면서 본인의 정책이 성공적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것 역시 정치적 고려가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한 미국 의회, 특히 미국 민주당의 비판이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논리적 단계가 필요합니다. 우선, 현재의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이 매우 성공적이나, 그것이 민주당에게 정치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폄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을 쓰지 않는 것이 민주당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논리에 동의가 되어야 민주당의 부정적인 입장이 오롯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반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의 상황은 2017년과 비교하였을 때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현격히 완화되는 등 많은 긍정적 변화가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의회, 언론, 전문가 그룹에서 제기하는 질문은 그러한 상황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대북 협상이 북한의 비핵화를 궁극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현재 가장 큰 우려는 북한이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폐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포장 가능한 북한의 특정 행동을 제재 완화와 같은 상응조치로서 보상하는 상황입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은 멀어지고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안보는 위태로운 상황으로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협상을 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협상을 하되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철저한 협상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민주당이 부딪히고 있는 사안들, 예를 들어, 남쪽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는 문제, 이민에 관한 문제, 동맹에 관한 정책 문제 등은 둘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기 때문에 정치적 싸움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나 강압적 첨단 기술 이전, 중국의 제3국가 대출 행위 등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초당적 협력이 진행되는 의제입니다. 북한에 대한 정책 방향 역시 목표나 수단에 있어서 양당 간 큰 차이가 없습니다. 북한과의 협상에 있어서 비판적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은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비슷한 상황이기 때문에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반대라기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투명한 대북 접근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걱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민주당 역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법으로 추구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없기 때문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의 협상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단순히 정치적 동기에 의해 트럼프 대통령을 깎아내리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보여줬던 행태로 인해 현재 충분한 실무 협상이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 간 회담이 이루어지는 것이 내포하고 있는 위험성에 대한 우려라고 볼 수 있습니다. 1차 정상회담에서 동의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북한이 가지고 있는 핵무기와 핵물질, 핵프로그램을 완전히 없앤다는 것’을 의미하는지 아직도 확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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