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靑 인사기준에 부적합… 김경수 뜻”… 前보좌관, 드루킹과 2월께 통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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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총영사 불발 관련 언급… 특검, 드루킹 녹음파일 확보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수감 중)와 김경수 경남도지사(51)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던 한모 씨(49) 간 휴대전화 통화 내용이 녹음된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특검팀은 19일 한 씨를 불러 통화를 한 경위 등을 집중 추궁했다.

김 씨가 한 씨와의 통화 내용을 녹음한 시기는 올해 2월경. 자신이 이끄는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회원인 도모 변호사(61)와 윤모 변호사(46)를 각각 오사카 총영사와 청와대 행정관으로 김 지사를 통해 추천한 뒤 실패했다고 판단했던 때였다. 김 씨는 “왜 두 사람이 해당 인사로 부적합하다는 것이냐”라며 한 씨와 언쟁을 벌였다고 한다.

한 씨는 김 씨에게 “청와대에는 인사 기준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원이면서 내부 활동을 활발히 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 기여한 사람이 많아 세운 원칙이라고 설명하면서 당원이긴 했지만 내부 활동을 하지 않은 변호사들은 인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취지였다. “(당시) 김 의원의 생각도 같냐”고 묻자 한 씨는 김 씨에게 “김 의원의 뜻”이라고 했다.

김 지사의 대학 후배이자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던 한 씨는 김 씨와 김 지사를 연결해 온 핵심 인물 중 하나다. 김 씨는 보안성이 강한 메신저 프로그램인 ‘텔레그램’을 통해 한 씨에게도 김 지사에게 보낸 것과 같은 이른바 국내외 정세 등을 분석한 ‘온라인 정보보고’를 수차례 전송하고, 댓글 작업 관련 보고를 보냈다.

특검팀에 따르면 김 씨 등은 지난해 2월 김 지사의 소개로 한 씨와 처음 만났고, 얼마 뒤 한 씨는 국회 관용 차량을 타고 경기 파주시 경공모 사무실을 찾았다. 당시 한 씨는 “김 지사로부터 여기에 재미있는 것이 있다고 들었다”며 경공모 회원 ‘서유기’ 박모 씨(30)가 작동시키는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을 봤다고 한다. 앞서 2016년 10월 김 지사가 이 시연을 봤다는 진술도 특검팀은 확보한 상태다.

특검팀은 김 씨가 구속된 다음 날인 3월 26일 경공모 회원 ‘성원’ 김모 씨(49)와 윤 변호사를 서울 여의도의 커피전문점에서 만난 한 씨가 “이 사건을 청와대에서 ‘로키’(low-key·이목을 끌지 않고 은밀히)로 관리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라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한 씨는 19일 특검에서 이 같은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씨 등 수감 중인 경공모 회원 4명의 변호를 맡은 마준 변호사(40)는 19일 사임했다.

김동혁 hack@donga.com·정성택 기자
#김경수#드루킹#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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