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 형님’에 해외여행 깜짝 선물한 문재인 대통령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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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의장 이취임식, 대통령 첫 참석… “42년 軍생활에 해외관광 한번 못가”
비행기표 건네며 ‘참군인’ 직접 격려
파격 대장인사 이후 ‘군심 달래기’… 친밀감 강조하는 오바마 벤치마킹

“조국은 ‘작은 거인’이 걸어온 42년 애국의 길을 기억할 것이다.”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전역한 이순진 전 합참의장(사진)의 군 생활을 회고하며 42년간 보여준 국가에 대한 헌신에 경의를 표하자 이 전 의장의 어깨가 살짝 들썩였다. 어제까지 군 최고 지휘관이었던 4성 장군은 군 통수권자 앞에서 결국 눈물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합참의장 이·취임식장에 참석해 ‘맨 인 유니폼(MIU·제복 입은 사람들)’에 대한 가치를 부각시키려 했다.

문 대통령은 채근담에 나오는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이라는 한자를 거론하며 이 전 의장에 대해 “자신에겐 엄격하면서 부하들에게선 늘 ‘순진 형님’으로 불린 부하 사랑의 모습은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님들이 바라는 참군인의 표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로 안보 상황이 엄중한 가운데서도 우리 국민은 대단히 의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군이 국방을 잘 관리하고 안보를 튼튼히 받쳐준 덕분”이라고 말하고 “그 중심에는 합참의장 이순진 대장의 노고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 전 의장에게 보국훈장 통일장을 수여한 뒤 부인 박경자 여사에게는 꽃다발과 함께 캐나다행 왕복 비행기표를 선물했다. “대통령께서 이 전 의장이 (출장을 제외하곤) 42년간 한 번도 해외여행을 못 했다는 소식을 듣고 딸이 있는 캐나다행 비행기 티켓을 특별히 마련해 주셨다”는 사회자의 설명에 행사장은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 문재인 대통령 “軍이 국방개혁 주체 돼야”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전격적으로 합참의장 이·취임식에 참석한 것은 군심을 달래면서도 최고 통수권자로서 군과의 일체감을 형성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최근 첫 대장 인사에서 23년 만에 공군 출신 정경두 합참의장을 임명하며 육군 중심이었던 군의 개혁을 대대적으로 시작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행보는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을 벤치마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5년 9월 미중 정상회담을 몇 시간 앞두고도 마틴 뎀프시 전 합참의장 전역식에 참석해 “마티(뎀프시의 애칭)를 내 친구라고 부를 수 있어 자랑스럽다. 당신이 보여준 헌신에 국가는 최고의 감사를 표한다”며 격려해 미군 안팎에서 감동을 자아낸 바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개인적인 친밀감을 강조하는 ‘오바마 스타일’을 통해 군의 사기를 높이고, 국민과 군이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 전 의장은 2014년 제2작전사령관으로 취임한 뒤 공관 요리병을 소속 부대로 돌려보내고, 부인 박 여사가 직접 식사 준비를 하게 했다. 최근 ‘갑질 논란’을 부른 박찬주 대장과 정반대의 사례인 셈. 여기에 이 전 의장이 첫 3사관학교 출신 합참의장이라는 점은 이번 대장 인사를 통해 육군·육사 중심이었던 군의 개혁에 나선 문 대통령의 의중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강한 군대를 만들라는 국방개혁은 더 지체할 수 없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국방개혁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싸워서 이기는 군대, 지휘관과 사병까지 애국심과 사기가 충만한 군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군대가 국방개혁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방개혁의 중심에 군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거듭 강조하지만, 군이 앞장서서 노력해야 한다. 군이 국방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나는 군 통수권자로서 국방개혁을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나는 육군 병장 출신의 군 통수권자로 이 자리에 섰다”며 군과의 일체감을 강조한 뒤 “우리 역사 속에는 을지문덕, 강감찬, 이순신 장군처럼 국민과 민족이 사랑한 군인들이 있었다. 우리 군 장병들에게는 그 피와 정신이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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