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보 미술품 ‘국화’ 베이징 경매에 버젓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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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반출단속 특별조치

북한이 발간한 ‘이석호 화첩’에 있는 작품 ‘국화’.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경매에 출품돼 현지 화랑가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사진 출처 북한 이석호 화첩
북한이 발간한 ‘이석호 화첩’에 있는 작품 ‘국화’.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경매에 출품돼 현지 화랑가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사진 출처 북한 이석호 화첩
북한이 미술품 해외 반출을 엄격히 단속하는 특별 조치를 내리고 미술품 관리를 담당하는 창작사 간부들과 화가들을 숙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해외에서 논란이 됐던 국보급 작품 불법 유출과 위작 논란에 대해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선 것이다.

13일 중국 베이징(北京)의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미술품 해외 반출 기관을 만수대창작사, 백호창작사, 문화성 등 3곳으로 제한했다. 기존에는 북한 내 200여 곳의 창작사(미술 전문기관)들이 자체적으로 미술 작품을 해외로 판매해 왔다.

이에 앞서 백호창작사의 이춘식 부사장 등은 보위부 요원과 함께 베이징을 방문해 미술품 유통 실태를 파악하고 자사의 대중국담당 일꾼과 소속 화가들을 면직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이런 조치는 작년 8월 서울경찰청이 적발한 북한 미술품 한국 밀반입 사건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된 미술품 관리 실태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미술품은 한국에도 대북 사업가 등을 통해 상당수 흘러들어와 있다. 문제는 해외에 나와 있는 작품 중 일부는 북한의 국립박물관인 평양 조선미술박물관에 있어야 하는데도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작년 9월 베이징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는 한국화의 대가 이석호(1971년 작고)의 1965년작 ‘국화’가 출품됐다. 베이징의 북한 미술 전문가 이종하 씨는 “해당 작품은 북한에서 출판된 ‘이석호 화첩’에 소개된 진품으로 파악됐다”며 “북한에서 국보로 지정한 것인데 중국 경매에 나왔다”고 말했다. 중국 미술계에서는 지난해 베이징∼평양 국제열차편으로 다량의 주체화(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내용의 그림)가 밀반출되기 직전 북한 당국에 적발됐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북한의 유명작품을 베껴 진품으로 둔갑시킨 위작도 상황이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최근 중국 화랑가에서 주목을 끈 북한 화가 김용준의 ‘춤’(1958년), 김의관의 ‘남강마을 여성들’(1966년)은 조선미술박물관 도록에 등재된 작품이다. 하지만 크기와 색감이 달라 위작이라는 평가가 많다.

일부 위작들은 해외에서 북한의 진품을 알기 어렵다는 점을 노려 진품에 없는 배경을 넣어 더 그럴싸하게 만들기도 한다. 중국에 나와 있는 최동일의 ‘달라진 모습’은 원작에 없는 붉은 홍시가 배경으로 그려져 있다. 안금성의 조선화 ‘선군이 펼친 화선예술무대’는 북한 그림 중에서도 명화로 꼽히지만 중국에 있는 작품은 등장인물 수가 진품보다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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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북한 현대미술의 경우 상당수가 ‘위작 아닌 위작’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북에서 이름을 얻은 화가가 박물관에 걸려 있는 자신의 대표작을 당국 몰래 몇 점 더 그려 진품이라며 해외로 유통시킨다는 것이다. 일종의 자기표절이다. 돈벌이에 급급하다 보니 중국의 유명 작품을 베끼기도 한다.

이종하 씨는 “북한 당국이 화가들의 해외 진출 자격을 강화하고 미술품 반출도 엄격하게 관리한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매일 작품들이 중국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며 “한국에서 관심을 갖는 사람도 많은데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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