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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실천한 후 2분간 딱 두마디… 말뿐인 여의도 정치 허를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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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실천한 후 2분간 딱 두마디… 말뿐인 여의도 정치 허를 찔렀다

., 이남희기자 , 이승헌기자 입력 2011-11-16 03:00수정 2015-05-2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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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정치문법 깬 안철수식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치…

“기부로 검증 물타기” 비판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700억 원 상당(15일 현재 가치)의 보유 주식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한 결정을 계기로 또다시 기성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안 원장은 15일 오전 9시 반 경기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단지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것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강의나 책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말해왔는데 그것을 행동에 옮긴 것이다”라고 딱 두 마디만 했다. ‘환원 계획을 정치적 행보로 보는 시각이 있다’ ‘추가 환원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답변하지 않고 알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으며 대학원 건물로 들어갔다.

안 원장이 기자들과 만난 시간은 불과 2분 30초가량. 전날 안철수연구소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저소득층 자녀 교육 기회 확대 등 환원 재산의 사용처까지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지극히 말을 아꼈다.

정치권 인사 중 상당수는 말만 쏟아내고 작은 이해관계에 이전투구하는 여의도 정치권을 ‘졸렬하게’ 만들어버렸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평소 안 원장에게 비판적이던 한나라당의 수도권 재선 의원조차 “안철수의 행보는 ‘긴 말 필요 없이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8·24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후 안 원장은 서울시장 후보 양보(9월 6일), 박 시장 지원 서신 공개(10월 24일), 1500억 원 상당 주식 사회 환원(11월 14일) 등 몇 가지 행동만으로 총선, 대선을 앞둔 정국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다만 안 원장의 기부 결정이 ‘정치적 의도’로 의심받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그가 말한 대로 “단지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것을 실행에 옮긴 것뿐”이라면 하필 사실상 정치에 발을 담근 뒤 ‘정치 이벤트’처럼 보이는 기부를 했느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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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안 원장이 정치에 뛰어들려면 응당 거쳐야 할 검증 절차를 ‘기부 이벤트’로 ‘물타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없지 않다. 실제로 여권 일각에서 “안 원장이 정치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무수한 검증 공세가 시작될 것”이란 말이 종종 들려왔다. 그러나 안 원장의 통 큰 기부는 그런 시각을 한순간에 ‘우습게’ 만들어버리고 “저런 기부를 하는데 무슨 검증이냐”는 여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공익 법인이 정치적 모체 변신 가능성


안 원장이 환원 재산을 새로운 공익 법인 설립에 출연할 뜻을 시사하면서 이 법인이 사실상 안 원장의 정치적 모체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안 원장의 정치적 비전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대거 재단에 참여하고 안 원장이 정치에 참여할 경우 자연스레 안 원장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안철수재단’이 정치세력화의 모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원장은 전날 e메일에서 “뜻있는 많은 분의 동참을 기대한다”며 주변의 참여를 독려했다.

안 원장의 지인으로는 청춘콘서트를 함께 기획한 평화재단 이사장인 법륜 스님과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병원장을 비롯해 김종인 전 의원, 최상용 전 주일대사 등이 꼽힌다. 청춘콘서트에 참여해온 수많은 인사도 안 원장의 뜻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안 원장은 스스로 약 300명의 멘토가 있다고 말해 왔다.

안 원장이 밝힌 저소득층 교육과 분야는 다르지만 한반도 평화와 남북교류를 위해 역할을 해온 평화재단도 안철수재단의 모습을 가늠하는 데 참고가 된다. 1998년 설립된 평화재단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문규현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박세일 서울대 교수 등 좌우를 넘나드는 인사가 대거 참여하고 있다.

○ 안철수 3가지 강점


안 원장의 기부에 대해 기존 정치인이 갖지 못한 강점을 내세운 ‘차별화 전략(Differentiation strategy)’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장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직 정치권에 발을 담그지 않은 안 원장은 일관성과 신뢰성, 비전 제시 덕목에서 다른 정치인에 비해 높은 상품 가치를 지닌다”고 분석했다.

안 원장의 행보가 워낙 기존의 정치 문법과는 다른 만큼 그의 또 다른 전공 분야인 경영과 마케팅의 관점에서 안철수라는 정치적 상품을 분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안 원장은 세계 최고 경영전문대학원(MBA) 중 하나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졸업했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진정성 마케팅(Authentic marketing)’을 안 원장의 핵심 전략으로 꼽았다. 진정성 마케팅이란 무조건 좋아 보이는 ‘과대 포장’을 풀고 브랜드의 진짜 가치를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기법. 부정직한 제품, 가식적인 서비스, 허위 마케팅으로 점철된 기성 정치권에 지친 소비자(유권자)들에게 진솔함으로 다가가는 것. 김 교수는 “안 원장의 이번 기부 선언이 과거 무료로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배포한 ‘착한 경영’과 맞물려 진정성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안 원장의 행보는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의 관점에서도 해석할 수 있다. CSV는 기업이 수익을 내면서도 환경, 빈곤, 양극화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도 함께 해결해 자본주의의 근본적 갈등을 해소하고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자는 새로운 경영학 개념이다. 안 원장은 전날 안철수연구소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기업이 존재하는 것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기여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보다 큰 차원의 가치도 포함한다고 믿어왔다”며 이번 사회 환원이 CSV의 일환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수원=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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