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만 때처럼… 눈뜨고 당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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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못 쏠것’ 예측 美연구소
“분리-해체 징후 없었지만 北발표만 믿고 치명적 오판”

“미국이 눈 뜨고 진주만 공습을 당한 것은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다. 적(일본)에 대한 정보는 너무나 많았다. 적의 동향 중 우리의 기대에 부합하는 정보에만 관심을 뒀기 때문이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수시간 전 ‘21일 이전에는 로켓 발사가 불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놔 국제적 망신을 산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한미연구소는 12일 자체 웹사이트 ‘38노스’에 미국 저명 군사학자 로버타 월스테터 랜드연구소 교수의 유명한 발언을 인용해 해명의 글을 올렸다. 월스테터 교수는 1962년 저서 ‘진주만: 경고와 결정’에서 “미국이 진주만 공습을 당한 것은 정보 부족이 아니라 ‘일본이 과연 미국을 공격할까’라는 안이한 믿음에 기초해 공격의 신호를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북한 핵 프로그램과 관련된 깊이 있는 분석을 많이 내놓았던 한미연구소는 이날 편집자 명의의 해명 글에서 “사실을 말한다면 정보수집 결과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위한 모든 준비를 끝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한국 정부의 분석과는 달리 로켓을 발사대에서 내려 분리 해체 작업에 착수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발사 장소와 관전 장소, 주요 인사들이 묵는 호텔, 발사대 근처 새로운 기계들의 움직임과 위성사진 판독 결과 발사 임박 신호를 포착했다는 것.

그러나 연구소는 ‘기술적 결함 때문에 발사 시기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는 북한의 발표에 지나치게 무게를 두는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우리의 실수는 해체되지 않은 로켓을 보면서 ‘앞으로 조립 장소로 옮겨져 수리에 들어갈 것’이라고 가정했고 이에 근거해 수리작업 기간을 추정해 발사 시기를 예측한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북한#진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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