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北美 정상회담 왜 하는지…” 워싱턴 정가 회의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1일 14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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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박 3일 간의 평양 실무회담을 마치고 미국으로 복귀했지만 워싱턴 조야에서는 여전히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회의론이 높다. “도대체 정상회담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블룸버그통신은 1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에서 얼굴을 맞댄 이후 8개월간 비핵화에 거의 진전이 없었다”며 이런 의문이 제기되는 분위기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을 성과로 자랑할 수는 있겠지만, 실질적인 비핵화 이행의 진전은 없었다는 것. 또 북-미 양측이 비핵화의 정의부터 합의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가 없다고 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지적했다.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지난달 상원 정보위 청문회에서 “북한은 핵무기를 체제 생존의 핵심으로 보기 때문에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근거로 들었다.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제2차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개발 속도를 늦추는데 합의한다면 좋겠지만 (1차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 같은 애매한) 결과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비핵화를 하기는커녕 핵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회 반응도 시큰둥하다. 의회 전문매체 더 힐에 따르면 외교위원회 소속인 밋 롬니 상원의원(공화당)은 이번 회담에 대해 “희망 사항은 많지만 특별한 기대는 없다”고 말했다. 로버트 메넨데스 상원의원도 “첫 정상회담 결과를 볼 때 이번에도 성과가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회담을 성공시키기 위해 꼭 해야 할 준비작업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제임스 인호프 공화당 상원 군사위원장 같은 일부 정치인, 전문가들 사이에서 긍정적 반응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목소리가 크지 않은 가운데 언론도 문제 제기를 앞세우는 등 불신과 경계감이 여전한 상황이다.

이런 흐름은 앞서 6일 미 외교안보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가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 76명의 회담 전망을 종합해 게재한 내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속 빈 강정(nothingburger)’이라는 표현을 썼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김 위원장의 목표는 비핵화란 ‘환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성과를 낼 것으로 믿는 사람들에게 기대를 낮추라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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