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안심법안 통과, 제재는 트럼프도 마음대로 해제 못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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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원은 북한이 불법 활동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을 때까지 제재를 계속 가하도록 규정한 ‘아시아 안심 법안(ARIA)’을 5일(현지 시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의 미국의 장기 전략과 정책을 담은 이 법안은 특히 행정부가 대북 제재를 해제할 경우 해제 30일 이내에 정당한 사유를 설명하는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도록 명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가시적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비핵화를 이루기도 전에 대북 제재를 해제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입법을 한 것이다.

이 법안은 미 상원 외교위원회 산하 동아태소위가 여야 구분 없이 초당적으로 거의 3년간 준비해온 것이다. 이는 냉·온탕을 오가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와 달리 미 의회가 북한의 핵개발을 비롯한 도발행위에 얼마나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지, 비핵화와 불법행위 종식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북한은 종전선언, 제재 해제 등 요구를 바꿔가며 비핵화 실행을 거부한 채 미사일 능력 증강을 위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달 미 싱크탱크가 북한이 최소 13곳의 미사일 기지를 여전히 운용 중이라고 폭로한 데 이어 CNN방송은 5일 북한이 북부 양강도 영저동의 기존 미사일 기지에서 11km 떨어진 산악 지역에 새로운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이 노리는 것은 시간을 끌면 한국 중국 러시아 등을 우군으로 해서 제재 해제 여론이 조성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초조해지면서 제재에 대한 입장을 누그러뜨리는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설령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를 내기 위해 원칙을 허물고 싶어 해도 권력 분점이 확실한 미국은 의회와 싱크탱크 등 전문가 집단의 영향력이 막강한 사회다. 미 의회의 강력한 북한 비핵화 의지는 그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상수(常數)다.

김정은은 헛된 기대를 버리고 정상국가로 탈태(奪胎)할 수 있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한다. 우리 정부도 대북 제재에 관한 한 트럼프 대통령조차 어쩌지 못하게 만든 이 법안의 의미를 직시해야 한다. 안심 법안은 유엔 제재 이행에 비협조적인 국가 목록도 기술하도록 의무화했는데 한국이 그 대상으로 거론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아시아 안심 법안#비핵화#종전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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