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집권후 시장경제화 가속… 유엔제재 풀려야 남북경협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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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남북관계 전망 콘퍼런스’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뒤 북한의 경제 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최근 한반도 해빙 무드에도 불구하고 남북 경제협력이 재개되기 위해서는 유엔 제재조치 해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9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남북관계 전문가를 초청해 ‘남북관계 전망 콘퍼런스’를 열었다. 패널로는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새터민 출신의 김영희 KDB산업은행 북한경제팀장,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양학부 교수, 이정철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이들은 최근 수년간 진행된 북한의 경제 변화에 특히 주목했다. 양 교수는 “김정일 시대에는 경제난으로 북한 정부의 공금융이 마비되고 사금융이 확산했는데 김정은 시대에는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990년대 북한 경제위기 당시 조선중앙은행은 돈이 없어 예금 인출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그 결과 북한 주민들은 은행을 외면하고 대신 ‘돈주’라고 불리는 부유층이 운용하는 사금융에 의지했다. 양 교수는 “김정은 정권에서 처음으로 일종의 체크카드인 선불카드를 만들고 사금융의 돈을 공적 금융기관으로 흡수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경제 상황이 빠르게 나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란코프 교수는 “지난해 북한의 성장률은 약 5%대에 달하고 이것은 아주 괜찮은 성장률”이라고 말했다. 또 “김정은은 시장경제에 매우 긍정적이지만 ‘절대 자신의 권력을 위협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건이 하나 붙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북한은 공식적으로는 사회주의 경제지만 실제로 지금 시장이 지배하고 있고 김정은도 이를 암묵적으로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가 계속되면 하반기부터 북한 주민들의 생활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김 팀장은 “북한 제재는 지난해 9월 시작돼 아직 효과를 논하기는 이르지만 장기화되면 체제 불안정과 주민들의 충성심 약화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왜 이 시점에 정상회담에 나섰는지도 이런 대북제재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업인들은 남북경협 재개에 관심이 많았다. 질의 시간에 한 기업인은 “남북 경제협력의 가능성을 감지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 교수는 “일단 유엔 제재가 하나씩 해제돼야 하고 남북 관계에서도 5·24대북조치, 금강산관광 중단, 개성공단 중단, 이 3가지 제재가 모두 풀려야 경제협력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김여정이 북한에서 실제 어떤 위치에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을 했다. 이에 김 팀장은 “한국 정부 인사들의 진정성에 대해 북한의 공식 대표단이 (김정은에게)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김정은의 동생인 김여정은 말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날 패널들은 현재의 한반도 상황이 중대 고비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양 교수는 “남북은 지금 거대한 역사의 대장정을 시작하는 중이고 협상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김정은#북한경제#유엔제재#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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