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donga.com

[광화문에서/전성철]MB의 ‘골든타임’
더보기

[광화문에서/전성철]MB의 ‘골든타임’

전성철 사회부 차장 입력 2018-02-15 03:00수정 2018-02-15 04:46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전성철 사회부 차장
“황교안 전 총리가 수사기한을 연장해줬으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을 면했을 거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고위 관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 수사를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불쑥 박 전 대통령 이야기를 꺼냈다.

특검은 지난해 이맘때 박 전 대통령의 조사 불응 등으로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며 수사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그러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황 전 총리는 이를 거부했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하지 못한 채 수사 결과를 발표했고 헌법재판소는 나흘 뒤 박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불소추 특권을 상실한 박 전 대통령은 그로부터 3주 뒤 특검 수사기록을 넘겨받은 검찰에 구속됐다.

특검 관계자의 말대로 박 전 대통령이 황 전 총리에게 수사기한 연장 허가를 요청했다면 결론은 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특검 관계자는 “죄질이 다소 안 좋아도 대통령을 구속하자고 하기는 무척 부담스럽다. 수사기한이 연장됐다면 박 전 대통령을 불구속 기소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악을 피할 ‘골든타임’을 놓친 거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로 드러난 이 전 대통령의 실정(失政)은 심각하다. 국가정보원 돈을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뒷조사에 쓴 일은 자신을 지지한 보수층의 믿음을 배신한 처사다. 북한 정권 실세와 군 장성을 매수하는 은밀한 첩보 활동 등 국가안보를 위해 써야 할 대북사업 예산을 정적에 대한 정치 보복에 사용한 것이다. 법적 책임은 수사와 재판을 통해 가려야겠지만 그런 일이 있었던 것만으로도 이 전 대통령은 사과하고 진실을 밝힐 책임이 있다.

다스의 실소유주 문제도 이 전 대통령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국면에서 ‘BBK 주가 조작’ 의혹을 방어하면서 다스와 본인의 관계를 부정했다. 현대차의 협력업체 다스는 현대건설 사장 출신인 이 전 대통령이 없었다면 생겨날 수 없는 회사다. 그런데도 이 전 대통령은 회사의 주인이 자신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여러 정황과 다스를 떠난 전직 경영진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이 전 대통령의 말을 믿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다스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과 대통령으로 재임한 기간에 초고속 성장을 한 점도 문제다. 다스가 실제로 ‘형님 회사’라고 해도 이 전 대통령은 다스가 이토록 커지게 방치해서는 안 됐다. 최고 권력자의 가족 회사, 그것도 대기업에 기대어 사는 회사의 급성장은 법적 책임을 떠나 분명히 의심받고 욕먹을 일이다.


현재 이 전 대통령의 처지는 1년 전 박 전 대통령과 여러모로 닮았다. 청와대 안팎에서 본인과 측근들이 한 일로 수사를 받는 상황도, 선뜻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도 그렇다. 가까운 이들이 검찰청과 법원에서 제 살길을 찾아 등을 돌리는 모습마저 비슷하다. 박 전 대통령처럼 이 전 대통령 역시 곧 검찰 수사를 받고 법정에 설 수밖에 없다.

다만 이 전 대통령에게는 아직 최악의 상황을 피할 마지막 기회가 남았다. 검찰은 평창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이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를 유예한 상태다. 이 전 대통령은 스스로 각종 의혹에 대해 밝히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피의자로서 방어권 행사는 나중에 법정에서 하면 된다. 그래야 이 순간이 지나간다.

전성철 사회부 차장 dawn@donga.com


#mb#박근혜 구속#박영수#이명박#황교안#검찰 수사#다스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

부동산 HOT ISSUE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