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교수 “대한민국 넘어오려 한 사람… 꼭 살리고 싶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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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병사 JSA 귀순]1차수술 마친 李교수 신중한 답변 “아주 위험… 열흘간 고비 넘겨야”

“논문까지 보면서 치료” 북한 병사 치료를 맡은 이국종 교수가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에서 외국 논문을 들어 보이며 “페이퍼(논문)까지 보면서 (치료)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위쪽 사진). 창문 
틈으로 북한 병사로 추정되는 남성이 집중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아래쪽 사진). 수원=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논문까지 보면서 치료” 북한 병사 치료를 맡은 이국종 교수가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에서 외국 논문을 들어 보이며 “페이퍼(논문)까지 보면서 (치료)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위쪽 사진). 창문 틈으로 북한 병사로 추정되는 남성이 집중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아래쪽 사진). 수원=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대한민국으로 넘어오고자 한 사람인데 가능하면 살리려고 하는 거죠. 다 같은 마음이잖아요.”

14일 오전 9시 반경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앞에서 이국종 교수(아주대 의대)가 말했다. 몸에 여러 군데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 치료를 맡은 지 16시간이 넘지 않은 시간이었다. 무테 안경 위로 파란색 수술 모자를 바짝 치켜 쓴 이 교수는 “장기가 외부로 노출돼 있어 (생명이) 아주 위험한 상황”이라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다. 구체적인 총상 및 총알 제거 상황에 대해서는 “환자를 살리면 그때 다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입은 의사 가운 왼쪽 주머니에는 청진기와 휴대전화가 뒤엉켜 있었다. 오른쪽 주머니에는 환자 상태와 관련된 종이 뭉치가 구겨져 있었다. 옷차림에서 긴박했던 16시간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교수는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 때 해적의 총을 맞고 사경을 헤매던 석해균 선장을 극적으로 살려내 주목받았다. 국내 총상 분야 권위자다. 이 때문에 총에 맞은 북한 병사의 생명이 위독하자 군에서는 서울의 유명 종합병원보다 이 교수에게 먼저 연락을 취했다.

모든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지만 이번 사건을 대하는 이 교수의 태도는 남다르다. 군(軍)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이 교수는 올 4월 ‘명예 해군소령’으로 임명됐다. 2015년 7월 해군홍보대사에 위촉되면서 ‘명예 해군대위’로 임명됐다. 이후 해군 장병 치료를 위해 위험한 현장 활동도 마다하지 않는 등 공로를 인정받아 소령으로 진급했다. 이 교수는 관련 학술 대회 때는 해군 정복을 입고 참석할 정도다. 이날도 오전 9시 40분경 안종성 군 의무사령관이 북한 병사의 상태를 확인하고 돌아가자 이 교수는 안 사령관을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이 교수 바람대로 팔 다리 복부 등에 총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 북한 병사가 살아나는 데 최대 관건은 출혈과 감염을 최소화해 안정을 되찾는 것이다. 이 교수는 “앞으로 열흘 동안은 고비를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발성 외상 환자의 골든타임은 1시간이라고 말한다. 심한 외상을 입더라도 15분 이내에 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면 대부분이 살고 30분이 지나면 50%가 사망한다. 1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병사는 사고가 발생하고 1시간 10분 뒤 병원에 도착했다. 살 수 있는 확률이 낮은 상태다. 다만 이 교수이기에 일말의 희망은 있다는 얘기다.

북한 병사는 복부 총상으로 내장이 찢겨 오염체가 배 부위에 전부 노출돼 온몸이 감염됐을 확률이 높다. 1차 수술에서 감염과 출혈을 우선적으로 줄였다. 앞으로는 남은 총알도 제거해야 된다. 보통 군에서 사용하는 총알은 일반 총알보다 회전력이 높아 몸을 관통하면서 발생한 조직 화상도 심각해 화상 치료가 동반돼야 한다. 내장을 제대로 연결해 봉합하는 과정도 남아 있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인 조현민 흉부외과 교수는 “총상은 총알이 심장, 복부대동맥 등 소위 척추 중앙 부위에 관통하면 대개 즉사한다. 하지만 북한 병사가 병원에 살아서 도착한 것을 봐서는 주변부에 맞았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환자를 살려 놓고 장기가 손상된 부위를 하나씩 수술해야 되기 때문에 수많은 고비를 넘겨야 된다”고 전망했다.

수원=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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