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괌 향해 미사일 쏘는 순간… 한반도 ‘일촉즉발’ 위기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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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강대강 대치]화성-12형 포위사격 으름장

북한이 8일 ‘조선인민군 전략군 대변인 성명’을 내고 미군의 ‘아시아-태평양 허브기지’ 격인 괌을 겨냥한 ‘포위사격’으로 협박한 것은 미국의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도발 수위를 높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일단 미국의 강경 대응에 맞불을 놓기 위한 ‘말 폭탄’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경우 한반도 긴장은 최고조에 이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北이 믿는 미사일 ‘화성-12형’

이날 북한은 괌 포위사격 무기로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언급해 조만간 어떤 방식으로든 시험발사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화성-12형은 북한이 보유한 중거리탄도미사일 중 신뢰성이 확보된 유일한 미사일로 평가된다. 사거리나 성능 면에서 북한과 3200∼3500km 떨어진 괌을 공격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미사일이란 것이다. 신형 대출력 액체 엔진 1개를 처음 적용해 만든 화성-12형은 5월 시험발사에 성공하며 정상 각도 발사 시 최대 사거리가 5000km에 이른다는 점을 증명했다. 괌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비행 능력을 갖춘 것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화성-12형 3, 4발을 동시에 발사해 괌을 둘러싼 공해상 곳곳에 떨어뜨려 실제로 ‘포위’하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대응 공격을 할 명분을 없애기 위해 괌에서 북서쪽으로 1000km 이상 떨어진 필리핀해에 낙하시키는 안전한 방법을 택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북한이 포위사격에 나선다면 미군이 이지스함에 장착된 SM-3 미사일 등으로 이를 요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해상을 향해 미사일을 쏘더라도 북한 스스로 도발의 진짜 의도가 괌 위협임을 천명한 만큼 미국이 전략폭격기 출격 등으로 대응 공격에 나서면서 전쟁 직전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 일각 “서울 불바다와 같은 협박성 수사”

북한의 괌 포위사격 위협이 실행 예고가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의중을 떠보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에 대응한 ‘맞불 말폭탄’ 성격이 짙다는 분석도 있다.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은 “북한군 전술 중엔 적을 포위망에 몰아넣은 뒤 화력을 동원에 전멸시키는 ‘포위소멸전투’라는 게 있다”며 “북한이 자신들을 계속 위협하면 괌기지 미군과 전략무기를 초토화할 수 있다는 수사적 의미로 이와 비슷한 포위사격이란 말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미 핵실험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발사 카드까지 다 써버린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괌은 미국 전략자산의 집결지

북한이 괌을 ‘대조선 침략의 전초기지’라며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건 유사시 평양을 즉시 타격할 수 있는 미군 핵심 전략자산이 대거 몰려있기 때문이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며 한반도로 자주 전개되는 전략폭격기 B-1B는 괌 앤더슨기지에서 출격한다. 8일에도 B-1B 2대가 한반도에 출격해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B-1B는 930km 떨어진 거리에서도 북한 지휘부 시설 등을 반경 2, 3m 내에서 초정밀 타격하는 순항미사일 등 61t의 재래식 무장을 실을 수 있다. 압도적인 위력의 B-1B는 북한 수뇌부가 벌벌 떠는 무기로 통한다.

또 다른 전략폭격기 B-52와 B-2도 이 기지에 순환 배치된다. 김대영 한국국가안보전략연구원 편집위원은 “전략 핵잠수함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북한을 겨냥한 미국의 전략자산이 결집돼 있는 만큼 북한 당국이 예민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신진우 기자
#북한#미사일#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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