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20명 중 26명 추경 표결 불참… 민주, 여당 자격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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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장 풍경은 웃지 못할 한 편의 블랙코미디였다. 토요일 본회의 개회도 이례적이었지만 그렇게 열린 본회의가 정작 의결정족수(150석)를 못 채워 의원 한 명, 한 명이 들어오길 무작정 기다려야만 했다.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자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민 여러분이 우리 국회를 어떻게 바라볼지 심각하게 고려해 달라”며 의원들에게 자리를 지켜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결국 마지막 1석이 모자란 순간 집단 퇴장했던 자유한국당이 참석하면서 추경은 찬성 140표, 반대 31표, 기권 8표로 통과될 수 있었다. TV 방송에 간간이 생중계된 국회 상황을 지켜본 국민은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자신들이 뽑아준 선량들의 작태에 숨이 턱 막힐 수밖에 없었다.

이날 처리 안건은 정부여당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절실하다고 호소해 온 추경안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헌정사상 최초로 추경 시정연설을 통해 조속한 처리를 요청한 사안이기도 하다. 이번 추경 처리는 정부가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한 지 45일 만에 이뤄졌다. 최근 10년간 가장 긴 시간이 걸린 추경안 처리였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른바 ‘머리 자르기’ 발언으로 꽉 막혔던 국회를 청와대가 ‘대리 사과’를 하면서 겨우 협상의 물꼬가 트였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설득해 가까스로 합의를 이뤄냈다. 그런데도 마지막 본회의 처리에 다른 것도 아닌 정족수가 부족한 아슬아슬한 상황이 연출됐다.

120석인 집권여당 민주당의 본회의 불참 의원은 26명이나 됐다. 대부분 해외 출장이나 개인 휴가, 지역 일정이 이유였다. 여기에는 친문(친문재인)으로 분류되는 의원도 적지 않았다. 민주당 지도부는 뒤늦게 기강 확립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과연 지도부가 그럴 자격이나 있는지도 의문이다. 추 대표는 한국당 참석을 설득해도 모자랄 판에 페이스북에 본회의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하며 야당 비판 글을 잇달아 올렸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뻔히 예상되는 상황을 대처하기 위한 치밀한 원내전략도 없이 갈팡질팡하기만 했다. 이런 지도부의 영(令)이 설 리 없다.

제1야당 한국당도 대안 없이 반대만 고집하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의 3당 연합전선이 형성돼 ‘왕따’ 처지에 몰리자 지연전술을 폈다. 본회의 표결 직전에도 퇴장했다가 ‘발목 잡기’ 비난을 우려한 듯 막판에 슬그머니 참여했다. 하지만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원내 4당 체제인 국회 현실을 두고 정부여당이 야당 탓만 할 수는 없다. 당장 새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91개 과제가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결국 끊임없이 야당을 만나 설득하고 타협하며 협치(協治)를 추구해야 하지만 지금의 민주당에 그런 기대를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세균 국회의장#민주당 불참 의원#일자리 창출 추경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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