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섭 “특검측의 삼성물산 합병 의혹, 전제부터 잘못”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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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 증인출석 ‘엘리엇 저격수’
“주주 손실? 오히려 유리한 상황… 엘리엇은 알박기 펀드로 개입, 국민연금 합병 찬성 합리적 판단”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특검 논리의 전제 두 가지에 대해 저는 근본적으로 생각이 다릅니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55·사진)는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등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에 찬성한 게 불합리했다는 특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앞서 14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55)이 법정에 나와 특검의 논리를 뒷받침한 증언에 정면으로 맞대응한 것이다.

우선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한 게 아니라 좋았다는 것. 그는 합병을 반대했던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거론하며 “‘알박기 펀드’로서 더 큰 이익을 누리고 싶었는데 작은 이익을 누리게 되니까 적극 개입하게 된 것이지 엘리엇까지도 이익을 보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또 특검의 주장처럼 국민연금공단이 불리한 걸 알면서도 삼성의 로비로 합병에 찬성해 공단에 큰 손해를 끼쳤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합병에 반대표를 던진 외국인투자가들이 실제 지분을 줄이지 않았다. 합병이 수익률에 나쁘다고 판단했으면 팔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수익률과 국익 두 가지 측면에서 엘리엇 손이 아니라 삼성 손을 들어 준 것은 국민연금공단의 합리적 판단이었다”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또 삼성이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에게 뇌물 로비를 벌였다는 특검의 판단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자꾸 문제 삼는데 이는 반(反)재벌 정서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며 냉철한 이성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최순실 사태 이후 합병 건이 (반재벌) 정서에 의해 논의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서 삼성 측은 “신 교수의 증언을 통해 볼 때 ‘합병이 국민연금에 막대한 손실을 일으키는 불합리한 조치였지만 경영권 승계 계획 때문에 합병이 무리하게 추진됐다’는 특검의 전제는 한쪽 견해를 너무 차용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특검 측은 “신 교수는 친(親)재벌 성향의 경제학자”라며 “삼성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 등으로 활동한 과거 경력으로 인해 증언은 탄핵됐다고 생각한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신장섭#삼성물산#이재용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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