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中학자 “사드 보복 바람직하지 않고 오래가지도 못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7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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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중국 톈진에서 난카이(南開)대와 단국대 동양학연구원이 공동 개최한 ‘한중관계의 역사와 현황’ 국제학술회의
19일 중국 톈진에서 난카이(南開)대와 단국대 동양학연구원이 공동 개최한 ‘한중관계의 역사와 현황’ 국제학술회의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오래가지도 않을 것이다.”

지난 19일 중국 톈진(天津)에서 난카이(南開)대와 단국대 동양학연구원이 공동 개최한 ‘한중 관계의 역사와 현황’ 국제학술회의는 긴장된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날 논문 발표 직전 중국 공산당 기관원이 학술회의장을 다녀간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질의시간에 한 중국학자가 사드에 대한 견해를 밝히려하자, 옆에 있던 동료학자가 손짓으로 말리기도 했다. 중국학자들은 학술회의가 끝난 직후 열린 저녁식사 자리에서 사드 이슈에 대한 속내를 드러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학자 A교수는 “사드 보복으로 인해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이 한국에서 쌓은 국가 이미지가 한순간에 훼손되는 등 유무형의 손실이 막대하다”며 “많은 중국학자들이 사드 보복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부 눈치를 보느라 대놓고 얘기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A교수는 “사드 보복에 대해 중국 정부 안에서도 강경파와 온건파가 엇갈리고 있다”며 “현재까지는 강경파가 여론을 주도했지만 곧 온건파가 힘을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관련 중국 정부가 최근 각 대학들에 “학생들의 과격한 반한(反韓) 시위를 단속하라”는 지시를 내린 걸로 확인됐다. 민족주의에 편승해 중국 내 반한 감정이 커지자, 정부가 나서 브레이크를 건 것이다.

실제로 중국 내에서 사드 제재에 대한 이견이 조금씩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15일 한중관계 연구 권위자인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이 “경제 보복조치는 효과가 제한적이며 대외 의존도가 높은 중국 경제에도 큰 피해를 불러온다”며 신중론을 주장했다. 이어 선즈화(沈志華) 화둥사범대 교수도 19일 다롄(大連)외국어대 강연에서 “사드 보복은 한국의 국민여론을 돌아서게 해 한국을 한·미·일 삼각동맹으로 밀어 넣고 있다”며 “나는 중국의 사드 대응에 매우 반감을 갖고 있다. 대체 누가 이런 아이디어를 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중국 학계는 사드 보복이 한국을 겨냥했다기보다 미-중간 파워게임을 위한 ‘협상카드’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또 다른 중국 측 B교수는 “남중국해 영유권과 대만 독립 등 이른바 중국의 ‘핵심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드 보복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협상테이블에서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을 철회하는 대신 남중국해 문제 등에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한편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장기화될 거라는 시각도 제기됐다. 리춘푸(李春福) 난카이대 교수는 학술회의에서 “사드 배치에 따른 한중 관계 악화는 과소평가할 수 없다”며 “한국에서 정권교체가 돼도 한중 관계가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사드 배치가 발표되기 불과 열흘 전 황교안 총리가 시진핑 주석을 만나 ‘사드 배치는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며 “중국 입장에서 상당한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톈진=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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