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이상 정치인 물러나고 50대 연합해 새시대 열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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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정국]송호근 교수, 정치권 세대교체 주장

한국정치학회와 사회학회가 18일 연세대에서 공동 주최한 시국 대토론회 ‘대한민국 어디로 가고 있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서 
참가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호근 서울대 교수,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 손호철 서강대 교수, 이영조 경희대 교수.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한국정치학회와 사회학회가 18일 연세대에서 공동 주최한 시국 대토론회 ‘대한민국 어디로 가고 있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서 참가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호근 서울대 교수,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 손호철 서강대 교수, 이영조 경희대 교수.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18일 열린 한국정치학회와 사회학회 공동 시국 대토론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와 조기 대선 정국에서 대선 주자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50대 기수들이 나서 연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60대 이상 정치인들은 조건 없이 물러나고, 50대 정치인들이 연합하고 전면에 나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60대 이상 세대는 최고의 성장 시대를 살며 자원을 독점한 세대”라며 “그들에게 복지는 ‘시혜’라는 개념이 강하므로 미래 세대의 희망을 반영할 정책을 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60대가 권력을 잡으면 광장 민심은 기득권의 것으로 장악될 가능성이 높다”며 “광장 민심이 요구하는 어마어마한 전류를 적합하지 않은 정치인들이 가져가버릴 때, 청년들의 불만과 분노를 풀어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송 교수가 꼽은 50대 기수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들에 대해 촌철살인(寸鐵殺人)의 평을 남겼다. “안희정 지사는 행정력을 갖췄지만 ‘노무현의 현대화’ 버전이다. 안 지사는 ‘나는 노무현이 아니다’라고 커밍아웃을 해야 한다. 남경필 지사는 거시·미시적 정책능력을 갖췄지만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바닥에서부터 올라온 사람에게 냉소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송 교수는 “정치권과 너무 떨어져 있어 중앙정치의 미세한 구조를 파악하는지 모르겠다”(원희룡 지사), “정책관은 있지만 박 대통령에게 대항하다 성장한 인물이라는 한계가 있다”(유승민 의원), “(러시아 혁명가) 트로츠키처럼 말은 잘하지만 행정력과 정치력은 확실하지 않아 보인다”(김부겸 의원) 등의 평가를 이어갔다.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해서는 “워낙 (세간의) 말이 많아서 판단 유보”라고 했고 안철수 의원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60대이지만 50대 기수로 본다는 전제 아래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서는 “살림은 잘하는데 ‘지적 담론’이 떨어진다. 대권 리더십은 도덕적, 지적 리더십이 모두 필요하다”고 했다.

 송 교수는 대선 지지율 1, 2위 주자인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도 “문재인은 오리지널하지 않고, 반기문은 정치적이지 않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토론회 뒤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리지널하지 않다는 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늘에 있었기 때문에 문재인을 보면 노무현이 자꾸 보인다는 의미”라며 “노 전 대통령 시기의 정책이 아니라 이 시대에 맞는 자기만의 독창적인 정책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반 전 총장에 대해 “정치적 리더십을 증명할 기회가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력이 있느냐, 이 질문에 대해 아직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토론회는 ‘최순실 게이트’를 기점으로 탄핵·조기 대선 정국으로 접어든 한국 사회를 진단하기 위해 정치·사회학계의 대표적 학자들이 모인 자리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탄핵 정국의 동력으로 지목된 촛불 민심에 대해 △박 대통령을 원래 싫어했던 ‘구(舊)촛불’ △최순실 게이트로 마음이 변한 ‘신(新)촛불’ △맞불집회에 참여한 ‘반(反)촛불’ 등 세 부류로 나눴다. 전 교수는 “학계와 정치권, 언론계 등 지식인은 ‘반촛불’에 해당하는 이들에 대한 혐오감을 거두고 어떤 방식으로 대처해야 하는가를 논의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12주째 이어진 촛불집회를 ‘11월 시민혁명’이라 명명한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촛불이 정치적 주체가 되지 않는다면 일회성으로 끝날 것”이라며 “촛불과 시민은 위대하지만 기성 정치권이 변하지 않으면 과거처럼 촛불은 그대로 꺼지고 말 것”이라고 했다.

 송 교수는 “박 대통령은 ‘아버지 종교’의 가장 충실한 교도였다”며 “국가권력의 사유화, 공공권력의 민영화와 같은 아버지 시대의 통치 방식을 30∼40년 후에도 아무런 자기검열 없이 따르다가 현 시대정신과 부정합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권에서 ‘향후 100년간 여성 대통령은 꿈도 꾸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하지만 (성·性에 관한) 젠더 의식과 사명감을 지니지 않은 박 대통령을 과연 여성 대통령이라 부를 수 있나”라고 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50대 기수’ 등 대선주자 평가


안희정 ‘노무현 아니다’ 커밍아웃을

남경필  카리스마 부족한 게 문제

원희룡  중앙정치와 너무 멀리 있어

유승민 ‘대통령에 대항해 성장’ 한계

김부겸  말 잘하지만 정치력 의문

이재명  세간 말이 많아 판단 유보

박원순  살림 잘하는데 지적담론 부족

문재인  오리지널하지 않고

반기문  정치적이지 않아
#송호근#세대교체#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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