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르·K스포츠재단 합치면 靑개입 의혹 덮일 것 같은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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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어제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을 해산하고 문화·체육사업을 아우르는 750억 원 규모의 문화체육재단의 신규 설립을 추진하겠다”는 보도 자료를 내놨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청와대 입김에 전경련이 대기업들의 기부금 800여억 원을 모아 설립했다는 의혹을 받는 민간 재단이다. 전경련이 지난달 22일 청와대 개입설을 부인하고 두 재단의 정상화 방안을 10월 초까지 마련하겠다더니 국정감사 상임위마다 도마에 오르자 서둘러 수습하는 모양새다.

 현행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재단 해산 시 기존 출연금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줄 방법은 없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을 해산한 뒤 잔여 재산을 국고에 귀속했다가 공익사업에 쓰거나 비슷한 목적의 공익법인에 재산을 넘기는 방법뿐이다. 전경련은 두 번째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지금껏 청와대와 여당, 전경련이 청와대 개입설을 전면 부인하다가 갑자기 재단 간판을 바꿔 달기로 한 것은 사실상 의혹을 인정하는 것과 진배없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호를 따서 만든 일해재단을 들며 “일해재단이 세종연구소로 변모하는 과정과 똑같다”고 했을 정도다. 전경련은 새 재단 설립 방침을 밝혔지만 미르가 해왔다는 한식의 세계화는 한식재단 사업과, K스포츠가 추진하는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 사업은 태권도진흥재단 사업과 겹친다. 이 정도의 공익사업을 위해 굳이 새로운 재단이 필요한지도 의문이다.

 “세월호 사태 때도 기업들이 900억 원 가까운 돈을 모금했다”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나 “대통령이 퇴임 후 재단에 관여할 일이 있으실까”라는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해명은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권력이 기업에 돈을 내라고 압박하면 기업이 관행처럼 응하는 정경유착의 그림자가 새삼 확인됐다는 것이다. 청와대 수석 뒤에 누가 있는지 분명히 밝혀지지도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이 국정감사를 계속 보이콧한다면 청와대 관련 의혹을 덮고 지나가기 위해 시간을 벌어주는 일이라는 의문을 피하기 어렵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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