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의 고압적 외교 무례에 힘 실어 주는 국내 사드 반대 세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6일 00시 00분


코멘트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24일 밤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한국의 최근 조치는 양국 신뢰의 기초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왕 부장은 “한국 측이 우리 사이의 식지 않은 관계를 수호하기 위해 어떤 실질적인 행동을 취할 것인지 들어보려고 한다”며 사실상 사드 배치 중단을 요구했다. 사드 배치 결정 후 첫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 부장이 한국의 안보 주권을 무시하고 고압적으로 나온 것은 심각한 외교 무례에 해당한다.

왕 부장이 어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이용호 북한 외무상과 2년 만에 북-중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쌍무관계 발전 문제를 토의’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최근 서해에서 중국이 항공기 41대를 동원해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인 것은 ‘한국의 사드 기지를 최우선적으로 무력화하는 연습’이라는 보도도 있다. 대구의 자매 도시인 중국 칭다오는 27일 ‘대구 치맥 페스티벌’에 갑자기 불참을 통보했다. 사드에 반발한 중국의 교묘한 보복이 다방면에서 시작된 듯하다.

중국은 독자 설계한 항공모함을 이르면 올해 안에 진수할 것으로 관측된다. 핵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스텔스 전투기 등 가공할 군사력을 바탕으로 남중국해에서 미국과의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중국은 탐지거리가 5500km로 한반도를 손바닥처럼 들여다보는 레이더를 운용하고 있다. 미사일 부대는 주한미군 기지 등을 정조준한다.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가리고 은밀히 힘을 키움) 단계를 벗어난 중국의 군사굴기(굴起)에 대해 한국이 아무 말을 않는데도 중국이 방어 수단인 사드에 시비를 거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한반도에 배치되는 것보다 탐지거리가 훨씬 긴 사드 레이더가 일본에 배치될 때도 중국은 침묵한 바 있다.

한국에선 전직 국무총리와 외교, 통일부 장관에다 “안보는 보수”라던 국민의당까지 나서 사드 배치를 성토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북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를 속수무책 지켜보고만 있으라는 것인가. 이런 주장은 한미동맹과 한미연합방위 태세에 대한 몰이해의 소치다. 김정은이 유사시 미 증원전력이 전개되는 한국의 항구, 공항을 핵으로 선제 타격하겠다고 위협하는 판에 주한미군이 무력화하면 어떻게 안보를 지킬 것인가. 일본, 베트남은 중국과 분쟁이 생겼을 때 온 국민이 하나가 돼 맞섰다. 안보를 놓고도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진 한국을 보고 중국이 회심의 미소를 짓지 않을까.
#왕이 외교부장#윤병세 외교부 장관#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