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뒤에 달라진 유순택 여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6일 19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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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소식통들, “남편의 대권 도전 적극 반대하던 유 여사, 최근엔 수용하는 태도 보여”
반 총장은 지난해 12월부터 ‘물(水)의 정치론’ 펴내 대망론에 한발씩 다가서는 모습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방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5일 오후 제주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방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5일 오후 제주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72)뿐만 아니라 부인 유순택 여사(71)도 확실히 달라졌다.”

방한 중인 반 총장이 25일 관훈클럽 토론회 등에서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쏟아내자 미국 뉴욕 외교가에서 나오는 평가 중 하나다. 반 총장도 ‘대망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지만 남편의 대권 도전을 가장 강력히 반대해온 유 여사의 태도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는 얘기다.

유 여사는 2014년 11월경 ‘반기문 대망론’이 불거지자 “남편이 정치하는 것에 절대 반대한다. 유엔 사무총장 퇴임 이후에 아예 한국에 들어가지 말고 다른 나라에 가서 살아야겠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 후로도 비슷한 견해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는 증언을 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반 총장 내외를 한두 달 간격으로 만난다는 뉴욕의 한 소식통은 “두 분을 만날 때마다 ‘총장님,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셔서 국민을 위해 좋은 일 많이 해 주세요’라고 인사하곤 하는데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 여사가 ‘제발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역정을 내곤 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몇 주 전 만나서 같은 인사를 건넸을 때 반 총장은 기분 좋게 웃고, 유 여사도 아무 말 하지 않고 미소만 지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한 문화계 인사도 “유 여사에 대해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며 “반 총장의 대권 도전이 말린다고 말려지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반 총장은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대망론’에 대해 “내가 그런 말을 안했는데 자생적으로 이런 얘기 나오는 데 대해 내 자신은 개인적으로 ‘내가 인생을 열심히 살았는데 헛되게 살지는 않았고 노력한 데 대한 평가가 있구나’하는 자부심을 느끼고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 여사도 공감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소식통들은 해석했다.

대망론에 대한 반 총장의 태도 변화가 감지된 건 지난해 연말이었다. 반 총장은 지난해 12월 22일 뉴욕 맨해튼의 오준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 대사 관저에서 열린 뉴욕특파원단 송년 만찬 행사에 ‘예고 없이’ 참석해 1시간 넘게 간담회를 가졌다. 반 총장은 당시 “물은 약해 보이지만 강할 땐 무엇보다 강하다. 나도 모든 것을 부드럽게 하지만, 힘을 쓸 때는 확실하게 쓴다”며 이른바 ‘물(水)의 정치론’을 폈다. 반 총장은 “파리 기후변화 협약이 타결돼 기분이 좋다”고도 했다. 이 무렵부터 유엔 안팎에선 “반 총장이 ‘사무총장으로서 큰 업적(레거시·legacy)을 남겼으니 홀가분하게 다음 행보(대권 도전)를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다”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반 총장이 적극적으로 대권을 추구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기회가 오면 마다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는 정도의 자세를 갖게 된 것 같다는 얘기다.

유엔본부의 경비원들조차도 한국 기자를 만나면 “사무총장이 다음 한국 대통령이 되는 거냐”고 물을 정도로 유엔 안에서 ‘반기문 대망론’이 널리 퍼져 있다. 반 총장의 측근 그룹의 발언에서도 ‘반 총장이 대권을 의식하기 시작한 것 같다’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반 총장은 이달 18일 한미우호친선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 만찬에서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기자가 한 측근인사에게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냐”고 묻자 “지금 다 말하면 나중에 할 얘기가 없지 않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반 총장이 대권 도전을 본격화하는 시점에 ‘풀어놓을 보따리’가 조금씩 준비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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