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수저’ 아들 구하려 로스쿨에 갑질한 신기남 의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8일 00시 00분


코멘트
신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다니는 아들이 최근 교내 졸업시험에서 낙방 점수를 받아 내년 변호사시험에 응시하지 못하게 되자 로스쿨 원장을 찾아가 졸업시험 통과를 압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 의원은 “부모 된 마음에 상황을 알아보고 상담을 하고자 찾아갔을 뿐”이라며 압력 행사를 부인했다. 그러나 신 의원은 심지어 로스쿨 부원장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로 부르기까지 했다. 이것이 압력 아니면 무엇이 압력인가.

신 의원은 로스쿨 원장에게 “아들을 졸업시험에 붙여주면 법무부에 얘기해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현재 50%에서) 80%까지 올려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국회의원 권한을 이용해 국가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셈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의 같은 당 의원들은 해당 대학 고위 관계자에게 “다른 로스쿨보다 졸업시험 커트라인이 높은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고 한다. 사적 민원을 위해 동료 의원들까지 동원했다니 힘없는 보통의 부모들은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신 의원은 한때 천정배 의원, 정동영 전 의원과 더불어 새천년민주당 정풍운동을 주도해 ‘개혁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올 9월 중소상인과 지역상권 보호를 명분으로 대기업 복합쇼핑몰 규제법을 대표 발의했다. 겉으로 개혁을 외치고 약자를 위하는 척하면서 뒤로 부당한 갑질을 하고 있는 셈이다.

‘금수저 물고 나온 아들’을 위해 법과 제도를 무시한 신 의원이 아들 또래 청년들의 분노를 생각해 봤는지 묻고 싶다. 공정한 경쟁과 기회의 균형을 기대하며 정직하게 노력하는 수많은 ‘흙수저’가 신 의원 같은 사람 때문에 ‘헬(hell) 조선’을 외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뒤늦게 자체 조사에 들어간 새정치연합이 신 의원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겠다.
#금수저#로스쿨#신기남 의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