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中정부, 임정에 매달 활동비 지원”… 한중 抗日공조 부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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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2일 訪中]
4일 재개관 앞두고 미리 둘러본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새로 전시되는 임정 요인 사진 지난달 28일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 내 전시실. 4일 박근혜 대통령 방문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충칭 임정 청사를 배경으로 백범 김구 선생을 비롯한 임정 요인들을 찍은 사진이 이번에 새로 전시됐다(위 사진). 임시정부 청사 출입구엔 내부 공사로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현판 아래 붙었다. 상하이=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새로 전시되는 임정 요인 사진 지난달 28일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 내 전시실. 4일 박근혜 대통령 방문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충칭 임정 청사를 배경으로 백범 김구 선생을 비롯한 임정 요인들을 찍은 사진이 이번에 새로 전시됐다(위 사진). 임시정부 청사 출입구엔 내부 공사로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현판 아래 붙었다. 상하이=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지난달 28일 중국 상하이(上海) 황푸(黃浦) 구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신톈디(新天地) 근처 중심 상권 한가운데 3층짜리 빨간색 벽돌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에 즐비한 카페와 각종 브랜드 숍들과 어울리지 않는 1919년 설립 당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상하이 임정 청사는 한때 주변 상권과 함께 도심 재개발에 묶여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만 중국 정부의 결정으로 보존될 수 있었다.

이날 찾은 임정 청사 정문 옆에는 ‘내부 공사 중 출입금지. 9월 5일 재개관 예정’이라고 적힌 한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곳은 박근혜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외부인의 출입을 막은 채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었다. 동아일보는 언론사 가운데 유일하게 재개관식에 앞서 리모델링 작업을 마친 내부를 미리 둘러봤다.

박 대통령은 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 전승절 열병식에 이어 다음 날인 4일 상하이 임정 청사 재개관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의 방문은 어느 때보다 의미가 각별하다. 주철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의 방중 목적 중 하나는 양국의 독립 항쟁사를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임정 청사 리모델링 공사는 주로 내부 전시 설명과 사진 일부를 교체하는 데 집중됐다. 전시관은 상하이 임정이 수립된 1919년 4월부터 윤봉길 의사의 훙커우(虹口) 공원 의거 직후인 1932년 4월 항저우(杭州)로 떠날 때까지 13년 동안의 임정 활동상을 주로 소개했다. 1층 회의실과 부엌, 2층 백범 김구 선생의 집무실, 침실 등은 예전과 바뀐 게 별로 없었다.

리모델링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상하이와 충칭(重慶) 임정 시기 중국 정부가 어떻게 임정을 지원했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강조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중국 국민당 정부가 1940년 무렵부터 광복 때까지 매달 6만∼300만 원씩 임정에 활동비를 지원한 사실을 전시 설명에 새로 추가했다. 일제가 1932년 백범 수배에 내건 현상금인 중국 돈 60만 원이 현재 가치로 우리 돈 약 200억 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미뤄볼 때 적지 않은 액수인 셈이다. 백범이 광복 직후 환국할 때 장제스(蔣介石)가 20만 달러를 제공한 사실도 새롭게 적시했다. 비록 공산당은 아니지만 국민당 정부가 임정에 지원한 금액을 자세히 적어 중국이 한국의 광복을 적극 도운 사실을 부각한 것이다.

상하이 임정 청사에서 8km가량 떨어진 루쉰(魯迅) 공원(옛 훙커우 공원) 안에 있는 윤봉길 의사 기념관(매헌기념관)의 전시 설명이 바뀐 사실도 눈길을 끈다. 윤 의사는 1932년 4월 29일 이곳에서 열린 일왕 생일 축하 겸 상하이 점령 기념식장에 폭탄을 던져 일본 상하이 파견군 사령관 시라카와 요시노리를 처단했다. 매헌기념관은 정문 앞 전시 패널에 “윤 의사 의거는 한중 간의 항일 공동 전선 구축을 가능케 한 밑거름이었다”라는 문구를 새로 넣었다.

상하이 임정 청사와 매헌기념관의 움직임은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박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의 승전 70주년과 한국의 광복 70주년을 공동으로 기념하자”고 제안한 것과 맞물려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하얼빈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세운 데 이어 올 초 상하이 임정 청사 리모델링을 결정하는 등 항일 공동 투쟁사 재조명에 적극적이다. 한시준 단국대 교수는 “양국이 항일 공동 항전의 역사적 경험을 되살려 한중 우의의 발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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