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성완종 리스트’ 홍준표 지사, 증거인멸 자충수 두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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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2011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 경선 자금으로 1억 원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측근들이 중간 돈 전달자로 지목된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설사 측근들이 알아서 한 일이라도 이런 회유가 있었다면 혐의를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가 될 뿐 아니라 증거인멸 혐의까지 추가될 수 있다. 이런 게 자충수(自充手)다.

홍 지사 측 인사 2명은 최근 윤 전 부사장에게 전화해 “(성 회장으로부터) 돈을 안 받은 걸로 하면 안 되나” “(그 돈을) 선거 살림에 보탰다고 하면 안 되나”는 취지의 부탁을 했다고 한다. 홍 지사는 “주변 사람들이 걱정이 돼서 전화한 것을 회유라고 하는 것은 좀 과하다”고 해명했다.

그들이 어떤 의도로 윤 전 부사장에게 이런 말을 했건 결과적으로 돈 수수 의혹을 부인해온 홍 지사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위다. 성 회장이 세상에 없기에 돈 전달자의 진술만 막으면 홍 지사의 혐의를 법적으로 입증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겼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것도 3000만 원 수수가 확인돼서가 아니라 잦은 말 바꾸기와 거짓 해명으로 국민의 신망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10만 달러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성 회장과 청와대 시절 만난 적도 없다고 했다가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전후 만난 것이 드러나 의심을 키우고 있다. 고위 공직에 몸담았거나 몸담은 사람들은 설사 불리한 상황에 놓일지언정 매사에 정직해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올무를 풀 방안’을 생각하며 조용히 검찰 수사를 받는 편이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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