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美대사 피습, 좀 모자란 사람이 인정받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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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3월 6일 1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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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대 교수를 지낸 대표적인 프로파일러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이 김기종 씨의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습격을 ‘테러’가 아닌 ‘반사회성 폭력’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표 소장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을 통해 “인정욕구와 과시욕구가 중심 범행 동기”라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힘들고 외롭게 살아 온, 자존감 낮은 한 남자(김기종)가 사람들에게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데,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를 채울 수 없어’ 저지른 범행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김기종의 그간 행적과 관련해 “사람들이 관심 갖는 반일, 통일, 반미 같은 이슈를 쫓아다니며 과격한 주장과 행동을 통해 주목받고 관심 받으며 존재의의를 찾아 온 것이 아닌가 의심 가는 행적이 발견되고 있다”며 “특히, 경찰과 검찰의 전력을 다한 수사를 통해서도 공범이나 조직적 연계 등을 찾지 못한다면, 더더욱 이런 설명은 설득력을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

표 소장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도 “외형은 테러이지만 한 사람의 조금 모자란 범죄행동으로 보인다”며 “겉으로는 정치이념이나 사회적인 이슈를 내걸었지만 그 행동의 불일치성에 나타나는 이상성이 보인다. 이상성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 사람의 개인적인 욕구와 욕심이 범행동가기 아닌가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김기종의 욕구가 뭐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가장 중요한 게 다른 사람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존중받고 인정받겠다는 ‘인정욕구’와 내가 얼마나 영향력 있는지, 올바른지, 드러내겠다는 ‘과시욕구’”라며 “50대 중반 남성이라면 세상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데, 이분은 그동안 이뤄놓은 게 거의 없고, 삶이 외롭고, 인간관계도 끊긴데서 비롯된 자존감의 상실, 남성성의 훼손 등이 결국 인정욕구와 과시욕구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표 소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주최 측의 안전 불감증도 이번 피습 사건에 한 몫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세종홀과 민화협, 주최 장소와 주최 측의 보안 및 안전조치 미비, 그 배경에 깔린 만연한 안전 불감증이 멍청하고, 허술하고, 망상적 사고를 가진 한 이상한 인간이 사회 전체를 뒤흔들도록 방치, 방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 대해 “너무 과장하고 포장하고, 색칠하지 말자”고 당부했다.
또한 “반대로, 교묘한 논리 내세우며 우리 독립투사들과 비교하거나, ‘좋은 테러’가 있다는 황당한 궤변을, 마치 비 오는 날 공장폐수 쏟아내듯 밀어내지 말자”고 덧붙였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다음은 표창원 소장 페이스북 글 전문▼
[저항(resistance) - 테러(terrorism) - 반사회성 폭력(anti-social violence)]
김기종의 미국 대사 습격사건과 관련, 매우 우려할만한 주장들이, 소위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의 입과 글에서 난무합니다.

어떤 분들은 안중근, 이봉창, 윤봉길 의사 등 과거 우리 독립투사들도 ‘테러리스트’였다며 ‘좋은 테러’와 나쁜 테러‘를 구분해야지 ’테러는 무조건 나쁘다‘라는 말은 잘못됐다는 주장을 합니다.

반면에, 어떤 분들은, 김기종 사건은 ’종북테러가 한미동맹을 공격한 폭거‘라며 김기종을 대단한 존재로 부각시키고 그 배경에 엄청남 세력과 음모가 있는 듯 과장을 합니다.
서로 진영을 달리하는 이 분들은 결국, 사람이 피를 흘리고 목숨이 위태로운 ’범죄사건‘을 자기 입장과 이익에 맞춰 이용하려 한다는 차원에서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전 생각합니다.

이 분들의 당파적 진영적 주장들이 그동안 우리 사회를 분열로 이끌어 온 원인 중 하나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기본적으로, 김기종의 공격행동과 유사한 공개장소에서의 폭력행동을 보는 시각은 세 가지입니다. ’저항(resistance) - 테러(terrorism) - 반사회성 폭력(anti-social violence)‘.
’저항‘은 우리 일제강점기, 유럽이 나치 지배 치하, 식민지나 분리독립 갈등이 있는 곳, 독재치하 등에서 ’부당하고 불법적인 지배‘에 대한 항의, 그리고 이 부당성을 세계에 알려 관심과 지원을 받갰다는 의도 등으로 행하며, 직접 책임이나 원인제공이 있는 자를 공격합니다.

반면에, UN 등 국제사회와 학계, 그리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 민주국가에서 ’반인륜적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테러‘는 주장과 목적이야 ’저항‘과 유사한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범죄조직의 동료 석방 요구 등) ’부당한 지배자‘에 대한 직접 공격 보다는 ’공격이 용이하면서 공격효과가 큰 대상‘을 선정합니다. ’저항‘과 달리, 테러의 타겟, 즉 목표대상은 일반대중입니다. 일반대중에게 ’공포‘를 불러 일으킴으로써 이를 무기로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도록 ’강요‘하는 명백한 범죄행위죠. IS가 참수하는 사람들은 직접 목표대상이거나 책임있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들을 참수함으로써 그들 국가 국민들이나 전 세계인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켜 자신의 존재나 주의 주장을 알리고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죠. 대부분 치밀, 계획적, 조직적입니다.

한편, 겉으로는 정치적, 종교적, 사회적 이슈나 주장 등을 내세우지만, 본질은 공공기물 파손이나 묻지마 살인, 방화 같은 ’개인적 이상심리‘에 기반한 반사회성 폭력도 있습니다. 유영철도 겉으로는 부자와 행실 나쁜 여성에 대한 응징을 내세우지만, 우리는 그를 테러리스트라 부르지 않습니다. 지존파도 그렇구요. 이들의 특징은 주장과 범행 사이에 상관 내지 인과관계가 발견되지 않거나 극히 미약합니다. 때로 ’망상‘이 의심되기도 합니다.

김기종의 경우 어디에 해당할까요? 저는 세 번 째, 반사회성 폭력에 가장 가깝다는 생각입니다. 인정욕구와 과시욕구가 중심 범행동기이구요. 힘들고 외롭게 살아 온, 자존감 낮은 한 남자가 사람들에게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데,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를 채울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관심갖는 반일, 통일, 반미 같은 이슈를 쫓아다니며 과격한 주장과 행동을 통해 주목받고 관심받으며 존재의의를 찾아 온 것이 아닌가 의심가는 행적이 발견되고 있구요. 특히, 경찰과 검찰의 전력을 다한 수사를 통해서도 공범이나 조직적 연계 등을 찾지 못한다면, 더더욱 이런 설명은 설득력을 얻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종홀과 민화협, 주최 장소와 주최측의 보안 및 안전조치 미비, 그 배경에 깔린 만연한 안전 불감증이 멍청하고, 허술하고, 망상적 사고를 가진 한 이상한 인간이 사회 전체를 뒤흔들도록 방치, 방조한 게 아닌가 전 생각합니다.

너무 이 사건, 과장하고 포장하고, 색칠하지 맙시다.

반대로, 교묘한 논리 내세우며 우리 독립투사들과 비교하거나, ’좋은 테러‘가 있다는 황당한 궤변을, 마치 비오는 날 공장폐수 쏟아내듯 밀어내지 맙시다.

혼란과 충격 속에서도 중심을 잡아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언론 방송과 지식인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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