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먼에 발등 찍히고도… 속앓이만 하는 외교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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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갈등 韓中책임론 논란 속… “美대사관 사람 불러 따질 수 있겠나”
미국통 일색… “자성 계기돼야” 지적

“주한 미국대사관 사람을 초치(招致·불러서 항의)할 수 있겠습니까?”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의 과거사 발언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던 3일. 정부 당국자는 ‘주한 미국대사를 불러 해명을 들었나’라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굳이 그렇게 한미 갈등을 부각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뜻이지만 일본 외교관이 과거사·독도 도발 때마다 초치된 것을 생각하면 ‘미국은 왜 안 되나’라는 궁금증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초치는 정상적 외교 활동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셔먼 발언 논란을 외교부가 대미 외교에 문제는 없는지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고위 외교관 대부분이 미국 라인이었고, 청와대 외교 담당자 중에도 미국통이 많았다. 지난달 국가안보실 정책조정비서관과 대통령외교비서관에도 대미 군사외교를 맡았던 이정규 국방부 국제정책관(외교관·국방부 파견), 문승현 외교부 북미국장이 각각 임명됐다. 외교부는 “유능한 사람에게 중요한 미국 업무를 맡기다 보니 자연스레 미국 라인이 형성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외교 수장이 모두 미국 라인으로 채워지면서 다양한 의견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집단 사고’가 형성된 것 또한 사실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 임명된 최성홍 전 장관은 구주국장과 주영국 대사를 지냈다. 2000년 임명된 이정빈 전 장관은 중동국장과 주인도, 주러시아 대사를 역임했다. 김영삼 정부에서는 홍순영 전 장관(1998년 임명)이 아프리카국장과 주러 대사를, 공로명 전 장관(1994년 임명)이 아주국장과 주러, 주일 대사를 지냈다. 하지만 2004년 이후 임명된 반기문 송민순 유명환 김성환 윤병세 장관은 모두 미주(북미)국장 또는 심의관, 주미공사를 지낸 미국통이다.

그동안 외교부 내 일본스쿨은 사실상 몰락했다. 중국 라인은 아직 충분히 성장하지 않아 미국 라인의 대항마가 되기엔 역부족이다. 외교부 주변에서는 “오죽하면 주일 대사를 지낸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이 임명된 것만으로 ‘대일관계 청신호’라는 평가가 나오겠느냐”며 “이젠 대미외교를 잘하기 위해서라도 비(非)미국 전문가들을 중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는 3일 발표된 국무조정실의 2014년 정부업무평가에서도 최하위인 ‘미흡’ 평가를 받았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셔먼#외교부#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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