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女 군인 단둘이 車 타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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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여단장 성폭행 터지자 ‘性군기 행동수칙’ 검토… 또 땜질처방 논란
“여군과는 한손 악수만 하라”… 軍내부서도 “비현실적” 지적
송영근 “외박못해 성적 문제 발생”… 피해자를 ‘아가씨’로 호칭 물의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 인권 개선 및 병영문화 혁신 특위에서 회의 관련 자료를 보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 인권 개선 및 병영문화 혁신 특위에서 회의 관련 자료를 보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여군과는 한 손으로만 악수하라.’ ‘남녀 군인 단둘이 차량을 타지 말라.’

최근 육군 현역 여단장이 부하 여군을 성폭행한 사건이 터지자 육군이 검토하고 있는 대응책이다. 29일 육군에 따르면 이 사건을 발표한 27일 열린 주요 지휘관 화상회의에서 육군은 이 같은 내용의 ‘성(性) 군기 개선을 위한 행동수칙’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한 지 하루도 안 된 상황에서 충분한 준비도 없이 ‘여론 무마용 보여주기식’ 대책을 내놨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육군이 검토 중인 대안은 △여군 또는 남자 군인 혼자 이성의 관사 출입 금지 △남자 군인이 여군과 부득이하게 신체 접촉을 해야 할 때는 한 손 악수만 허용 △남녀 군인 둘만 차량으로 이동하거나 한 사무실에 있는 것 금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이용해 음란물을 이성에게 보내거나 보여주는 행위 금지 등이다.

하지만 근무 여건상 남녀 군인 단둘이 함께 이동해야 할 상황이 적지 않다. 이를 놓고 일부에선 “그럼 이제 여군은 걸어 다녀야 하느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성과는 한 손으로 악수한다’는 대책도 마찬가지다. 지휘관이 부하 여군을 격려할 때도 한 손으로만 해야 하는 웃지 못할 장면이 나올 수 있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미봉책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현재 육군은 27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전체 여군 하사들을 대상으로 성범죄 피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면담 조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부대마다 이미 병영상담관이 있음에도 사건이 터지면 비슷한 실태 조사를 하는 건 일선 지휘관에게 부담만 지우는 꼴이라는 비판도 있다.

국방부는 지난해 10월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창군 이래 처음으로 육·해·공 전체 여군을 대상으로 성범죄 피해 조사를 진행했다. 그럼에도 타인의 피해 사례를 신고할 경우 당사자의 동의를 구한 뒤 신고하도록 해 신고 건수는 겨우 3건에 그쳤다. 이 때문에 이번 조사도 ‘생색내기’용 실태조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의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은 29일 전체회의에서 최근 발생한 육군 여단장의 부하 여군 성폭행 사건에 대해 “(가해) 여단장이 들리는 이야기로는 지난해 거의 외박을 안 나갔다”며 “나이가 40대 중반인데 성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송 의원은 국군 기무사령관 출신이다.

또 송 의원은 여성 하사관을 ‘아가씨’라고 표현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번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를 언급하며 “하사 아가씨가 (룸메이트인) 옆의 아가씨한테는 이야기했는데, 이걸 제도적으로 접근할 채널이 없었다”고 말한 것.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이 “하사관을 아가씨라고 보는 관점이 (군대 내 성폭행) 문제와 연관된다”고 지적하자 송 의원은 “전혀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방부로부터 여단장이 외박을 전혀 안 나갔다는 보고를 잘못 받아 그렇게 얘기했다”며 “본질적으로는 군대 내에서 인사고과 때문에 눈치를 보며 외박·휴가를 못가는 풍토가 (군대 내 성폭행 문제들의) 간접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정성택 neone@donga.com·홍정수 기자
#군 성폭행#육군 여단장 성폭행#송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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