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회고록]“자원외교 투자 115% 회수”… 예상수익까지 실적에 포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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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쟁점 팩트체크]자원외교

《 “자원외교는 그 성과가 10년에서 30년에 거쳐 나타나는 장기적인 사업이다. 퇴임한 지 2년도 안 된 상황에서 자원외교를 평가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 생각한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자원외교에 단 5쪽만 할애했다. 35쪽 분량으로 4대강 사업을 기술한 것을 감안하면 언급을 자제한 셈이다. 26일 예비조사를 시작으로 100일간 열리는 국정조사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록 분량은 적지만 “야당의 비판이 사실과 대부분 다르다”며 작심하고 비판을 쏟아냈다.

○ “야당 비판 사실과 달라”

이 전 대통령은 일본 중국 인도 등 해외 사례를 들어 자원외교 추진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한편 실패와 비리로 얼룩졌다는 야권의 주장을 ‘정치공세’로 규정했다. 그는 “눈에 보이는 전쟁보다 총성 없는 자원 전쟁이 더 무섭다. 이건 국제사회의 상식이다”라며 “고위험-고수익 구조라는 자원 개발의 특성상 해외 자원 투자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에 대해선 “비판이 사실과 대부분 다르다는 점에 큰 문제가 있다”며 “과장된 정치적 공세는 공직자들이 자원 전쟁에서 손을 놓고 복지부동하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자원외교의 책임자 처벌 논란을 비켜가려는 듯 정책 결정의 주체 등은 모호하게 기술했다. 그는 “해외 자원 개발의 총괄 지휘는 국무총리실에서 맡았다”고 썼다. 실제로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1월 대통령 당선인 시절 한승수 국무총리를 지명하면서 “자원외교를 할 수 있는 가장 적격자”라고 한 바 있다. 한 전 총리도 총리 당시 “내가 자원외교를 맡아 세계 각국을 돌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가 해외 자원 개발을 맡았으며, 자원외교를 맡기기 위해 외교관 출신인 한 전 총리를 기용했다는 설명이다.

‘자원외교 특사’ 이상득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왼쪽)은 전 정부의 해외 자원 개발을 주도한 ‘자원외교 특사’였다. 그는 2010년 9월 리비아를 방문해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와 면담했다. 대우건설 제공
‘자원외교 특사’ 이상득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왼쪽)은 전 정부의 해외 자원 개발을 주도한 ‘자원외교 특사’였다. 그는 2010년 9월 리비아를 방문해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와 면담했다. 대우건설 제공
그럼에도 이 전 대통령이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을 거론하지 않은 것은 책임론에서 한발 물러선 채 보호막을 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자신은 자원외교 논란의 중심에서 피할 수 없더라도 이 전 의원 등을 보호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지적이다. 이 전 의원은 당시 ‘자원외교 특사’를 자임하며 남미 볼리비아만 6번이나 방문하는 등 누구보다 왕성하게 활동했다. 야권에선 이 전 대통령과 이 전 의원, 박 전 차관을 국조 청문회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투자 회수율 과다하게 부풀려


이 전 대통령은 해외 자원 개발의 투자 회수율 측면에서 전임 노무현 정부보다 크게 앞선 실적을 거뒀다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인용해 “(MB 정부 자원외교 투자와 관련한) 총 회수 전망액은 30조 원으로 투자 대비 총회수율은 114.8%에 이른다”며 “노무현 정부 시절 투자된 해외 자원 사업의 총회수율 102.7%보다 12.1%포인트가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반면 자원외교 국조위원장인 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 의원은 “산업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자원외교 관련 참여정부의 투자 회수율은 85.8%인데 MB 정부는 13.2%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자부는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데 대해 “노 의원은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사업을 대상으로 이미 회수한 금액(2014년 6월 30일 현재)을 기준으로 회수율을 산정했고, 이 전 대통령 측은 공기업의 사업만을 대상으로 이미 회수한 금액 이외에 향후 추정되는 회수액을 더해 회수율을 산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야권은 이 전 대통령의 주장이 국제 에너지 시장의 급등락을 무시한 채 실적을 과대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1호 사업’인 이라크 쿠르드 유전개발사업에 한국석유공사는 8494억 원을 투입했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3775억 원의 손실이 난 것으로 추산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있던 2009년에 석유공사는 캐나다 하비스트 정유공장(NARL)에 인수 비용을 포함해 추가 시설투자와 운영비 등의 명목으로 총 2조여 원을 투자했지만 지난해 8월 미국 상업은행 실버레인지에 943억 원을 받고 매각했다. 석유공사는 매각에 앞서 GS, SK그룹에 위탁 운영을 타진했지만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최기련 아주대 에너지학과 명예교수는 “국민의 돈으로 해외 자원 개발을 할 때는 예상 수익을 가장 보수적으로 잡고 실패도 가정해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이명박 회고록#자원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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