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심 측근끼리 권력 암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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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서-김원홍 갈등 수면위로
2013년말 장성택 처형 주도한 ‘동지’… 황병서, 이번엔 김원홍 아들 겨냥
외화횡령-경제혼란 혐의 내사… 北내부 “金, 제2의 장성택 될수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최측근인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간 갈등이 표면화됐다. 두 사람 모두 지난해 말 장성택 숙청을 주도한 김정은 정권의 핵심 실세다. 총정치국은 북한군을 통제하고, 국가안전보위부는 한국의 국가정보원에 해당한다. 북한 내부에선 “황병서의 권한이 더 크기 때문에 김원홍이 ‘제2의 장성택’으로 밀려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소식 전문매체인 뉴포커스는 1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황병서가 최근 인민무력부(한국의 국방부 격) 보위사령부를 내세워 김원홍의 아들 김철을 외화 횡령과 경제질서 혼란 주도 혐의로 내사했다”고 동아일보에 전했다. 정통한 대북 소식통도 “이런 일이 있었다고 들었다”고 확인했다.

뉴포커스 관계자는 “김철을 비롯해 고위 간부 자녀로 구성된 ‘외화벌이 큰손’들도 같은 혐의로 함께 조사를 받았다”며 “보위사령부 조사에 따르면 김철 등은 아버지의 권력을 내세워 북한의 지하광물을 (해외에) 헐값에 넘겼다”고 전했다. 장성택이 처형당할 때 죄목이던 ‘지하광물을 중국에 헐값에 넘긴’ 혐의가 그의 숙청을 주도한 김 부장의 아들에게 적용된 것도 아이러니다.

황병서의 칼끝이 김원홍을 겨냥한 것은 장성택 숙청 이후 김정은 정권 핵심 실세 간 권력 투쟁과 내부 분열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포커스에 따르면 두 사람의 갈등은 황병서가 먼저 주도했다. 장성택이 장악했다가 숙청 이후 위상이 추락한 인민무력부 보위사령부를 국가안전보위부와 동급으로 격상시키면서 비롯됐다는 것. 불만을 품은 김원홍은 국가안전보위부가 김정은 경호 관련 부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황병서가 이를 반대하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한편 북한이 억류해온 케네스 배 씨 등 미국인 3명은 1일 AP통신, CNN과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석방 교섭을 위해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해 달라고 미국 정부에 호소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김정은#황병서#김원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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