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비구니 軍僧 탄생… “최전방 원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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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임관 예정 명법 스님

19세에 출가했고, 34세 때 군대에 간다. 보통 사람들은 잘 가지 않는 길이다. 첫 비구니 군승이 된 명법 스님은 “새로운 길이라 긴장되지만 두려움은 없다” 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9세에 출가했고, 34세 때 군대에 간다. 보통 사람들은 잘 가지 않는 길이다. 첫 비구니 군승이 된 명법 스님은 “새로운 길이라 긴장되지만 두려움은 없다” 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첫 비구니 군승(軍僧)이 탄생했다.

대한불교조계종 군종 특별교구장인 정우 스님은 10일 “국방부가 지난해 7월 군종병과를 여성에게도 개방하기로 결정한 뒤 비구니 군승의 임관을 준비해 왔다”며 “7월 1일 비구니 스님을 포함한 군승 12명이 임관한다”고 밝혔다.

비구니 군승은 1968년 군승 제도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가톨릭과 개신교, 원불교 등 다른 종교를 망라해도 여성 성직자의 군 파견은 최초의 일이다. 비구니 군승 1호가 된 명법 스님(34)을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원광사에서 만났다.

“줄탁동시((초+ㅐ,줄)啄同時), 병아리가 알에서 나올 때 어미닭과 병아리가 동시에 알을 쫀다고 하잖아요. 정말 그랬어요. 제가 군 포교에 대한 뜻을 세웠을 때 은사인 석산 스님도 똑같은 생각을 하셨어요.”

19세 때인 1999년 출가한 스님은 2006년 비구니계를 받은 뒤 동학사 승가대 등에서 수행과 공부에 전념하다 지난해 2월 동국대 불교학부를 졸업했다. 비구니로 군승에 지원하려면 35세 미만으로 비구니계를 받고 4년제 대학도 졸업해야 한다.

명법 스님은 8주간 부산 군수사령부 제2보급단 군법당인 금련사에서 설법과 상담, 심리학 등 군종 교육을 받았고, 4월 22일 충북 괴산에 있는 군사학교에 입소한다. 9주 동안 다양한 군사 훈련과 장교로서의 소양 교육을 받은 뒤 7월 1일 중위로 임관한다.

군대에 대한 예비지식이 있냐고 물었더니 스님이 소녀처럼 웃으며 대꾸했다. “절에서도 비구 스님들이 모이기만 하면 군대 얘기를 꺼내요. 이번에 다른 군승 후보들이 화생방은 독하고, 행군은 말 그대로 지옥행군이라며 겁을 주더군요. 그래요, 그럼 ‘내가 군대 갔다 와서 다시 얘기합시다’ 하고 한마디 했죠.”

이어 스님은 “군대에 금녀(禁女)의 벽, 없잖아요? 그러니 유리천장을 깼다거나 남녀평등을 실천하고 있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스님은 사찰이 아닌 군을 포교 공간으로 선택한 이유도 당차게 밝혔다. “군종교구와 상의하겠지만 육해공군 중 육군으로 가고 싶어요. 전방에 가면 법사(군승)가 부족해 빈 법당도 적지 않다고 해요. 전방, 후방 가릴 것 없이 부처님 법을 전하고 싶어요.”

4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스님은 여고 때 생사(生死)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다 출가를 결심했다. “남들이 입시에 매달릴 때 전 삶의 근원에 대한 생각이 많았어요. 집안도 독실한 불교 집안이라 출가할 때 어려움은 없었어요. 무엇보다 출가 이후 더 많은 공부와 삶의 기회를 준 은사 스님께 감사해요.”

스님이 꿈꾸는 것은 누이 같은 군승상이다. “무엇보다 고민이 많을 병사들에게 누이의 모습으로 다가가 대화하면서 도움을 주고 싶어요.”

명법 스님은 체력도 큰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체력단련에는 절이 최고예요. 매일 1000배와 팔굽혀 펴기를 하며 기본 체력을 다져왔어요. 모범적인 군 생활과 수행으로 30년 이상 군승으로 활동하고 싶어요.”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비구니 군승#명법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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