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판문점 협상따라 문재인 대통령 평양일정 정해질듯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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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비핵화 협상]지난 주말 ‘비핵화’ 실무협상 재가동

남북이 9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에 합의했지만 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북-미가 판문점 실무협상에 나서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은 임박한 듯하다. 그러나 북한 정권수립일인 9·9절을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초청 가능성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이 미국의 선(先)비핵화 이행 요구를 흔들기 위한 시도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비핵화가 우선”이라고 밝히며 남북을 겨냥한 동시다발적인 견제구를 날렸다.

○ 폼페이오 방북 앞둔 美 “북핵 해결이 우선”

청와대는 14일 남북 정상회담 일자가 확정되지 못한 이유로 북한이 9·9절에 맞춰 문 대통령을 초청했기 때문이라는 보도에 “북한은 9·9절 참석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북한이 9·9절에 맞춰 문 대통령의 방북을 요청하면서 남북 간 이견으로 정상회담 일정을 합의하지 못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남북 정상회담 일자를 합의하지 못한 데 대해 청와대 안팎에서는 북-미 대화가 변수라는 설명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통해 북-미가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할지에 따라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 일정이 정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이르면 다음 주에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며 “비핵화 문제에 대해 평양과 워싱턴이 타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미는 지난 주말 판문점에서 실무회담을 갖고 비핵화 조치와 종전선언 시기 등을 놓고 협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강조하며 남북관계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 국무부는 13일(현지 시간) 남북 정상회담 9월 개최 합의에 대한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논평 요청에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남북관계 개선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조치 없이 남북 경제협력 등 관계개선이 앞서 가선 안 된다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한국 정부에 보낸 광복절 축하 메시지에서 “우리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에 대해 긴밀하게 공조해나가는 가운데 철통같은 동맹에 헌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에 대해선 언급 없이 FFVD를 강조하며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는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비핵화 판 흔들기 나선 北

북한의 몽니에 여권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이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대화의 길을 열어주자 북한이 남북관계를 후순위로 밀쳐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이 잘못하고 있는 거다. 그동안 북-미 정상회담 누가 시켜줬느냐”라며 “북쪽이 정상회담 결정권을 쥐고 올라갔으니 참 모양새가 이상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시 주석을 초청한 북한이 북-중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을 조기에 추진해 미국의 비핵화 협상 주도권을 흔들려는 시도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핵시설 신고의 대가로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에 대한 확답을 받아내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13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 맞춰 가을에 (북-미 정상회담과) 비슷한 외교정책 쇼(extravaganza)를 목표로 하고 있을지 모른다”며 “이는 중대한 11월 중간선거 직전”이라고 보도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북미 판문점 협상#평양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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