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역사는 민족의 혼… 왜곡 교육 묵과할 수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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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역사인식 설문 결과에 충격”… 교육현장서 무슨 일이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6·25전쟁을 북침으로 인식하는 청소년이 69%에 이른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충격적이다” “한탄스럽다” “결코 묵과할 수 없다” 등의 표현을 쓰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6·25전쟁을 북침으로 인식하는 청소년이 69%에 이른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충격적이다” “한탄스럽다” “결코 묵과할 수 없다” 등의 표현을 쓰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얼마 전 언론에서 실시한 청소년 역사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고교생 응답자의 69%가 6·25전쟁을 북침이라고 응답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며 “교육현장에서 진실을 왜곡하거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역사는 민족의 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건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교육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생각한다.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새 정부에서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며 “올바른 역사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신중하게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6·25전쟁이) 고조선 때 일도 아니고 그걸 잘못 알거나 잘못 가르쳤다면 동시대를 살아가는 어른들이 함께 고민하고 깊이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대통령뿐 아니라 많은 국민이 충격을 받았으리라 생각하고 당연히 잘못됐으면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 논란 끊이지 않는 역사교육 현장

박 대통령의 언급은 부실한 역사 교육과 함께 일부 교사가 왜곡된 역사관을 전파하는 등의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시민단체 ‘블루유니온’이 공개한 ‘선동·편향수업 신고센터 접수자료’를 보면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이 단체는 학생들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업을 받는다고 신고한 내용을 자료집으로 펴냈다.

자료에는 교사가 수업 중에 “천안함 사건은 이명박 때문에 일어났다”거나 “좌익은 노동자와 서민을 대표하는 좋은 것이고 우익은 우리나라 상위층만 지지하는 것이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는 신고내용이 담겨 있다. 교사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시각을 전달하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본보 14일자 A13면… 교사가 수업시간에 “좌익은 서민 대표… 우익은 상위층만 지지”

교사가 근현대사의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거나 숨기는 내용도 있다. 이 단체는 “해방 후 미국의 사주를 받은 이승만 대통령이 남북분단을 유도했다”거나 “6·25전쟁을 설명하면서 북침인지 남침인지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도 신고됐다고 했다.

학생들이 역사적인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잘못 알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인천의 한 고교생은 “교사가 인혁당 사건은 조작된 것이고 노무현 정부 때 판결이 옳다고 했다. 공산주의자를 처벌한 것을 조작이라고 한다”고 신고했다. 교사가 올바르게 전해도 편견을 지닌 학생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교육현장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교과서를 두고도 논란이 이어지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교과서까지 논쟁의 대상이 되니 학생들이 명확한 잣대를 설정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역사 교과서의 정치편향 논란은 그동안 꾸준히 거론됐다. 보수 성향의 한국현대사학회 소속 학자들이 집필에 참여한 교과서의 검정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는 것이 최근의 대표적 사례에 해당한다.

이에 앞서 2011년에는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용어를 사용하는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빚어졌다. 2004년에는 금성출판사가 내놓은 근현대사 교과서가 좌편향됐다는 국회 국정감사 지적 이후에 교육부가 교과서 206곳에 대해 수정을 지시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기도 했다. 2002년 제7차 교육과정에 따라 도입된 고교용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가 직전 정부인 문민정부를 비판적으로 서술하고 국민의 정부를 미화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는 일도 있었다. 결국 검정위원들이 일괄사퇴하고 근현대사 교과서 4종은 수정됐다.

일각에서는 북침의 뜻을 혼동한 학생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들며 박 대통령이 이를 교육 현장의 문제로 지나치게 확대해석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 교사의 중립적 자세 필요

조전혁 인천대 교수와 이명희 공주대 교수가 최근 전국 중고교생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학생의 38.5%, 고교생의 56.6%가 수업시간에 교사 개인의 정치적 견해를 들었다고 답했다. 이는 중립적인 역사교육을 위해 교사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 된다. 역사교육의 절대적인 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중고교 교사들은 입시 과목에 밀려 역사교육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무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학생들은 교사의 일방적인 의견도 사실처럼 받아들이는 때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사적인 사실과 관련해 교사가 자신의 의견을 밝힐 때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도형·이재명 기자 dodo@donga.com
#박근혜#역사왜곡#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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