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병진노선 부활할 수도”…제재완화 하라 으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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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1월 3일 1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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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경제 병진노선 승리 외치고 비핵화 나섰던 北
개인 논평이지만 “엿이나 먹어라” 수위 센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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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국에 제재 완화를 거듭 촉구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병진노선을 다시 추구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일 외무성 미국연구소 소장인 권정근이 ‘언제면 어리석은 과욕과 망상에서 깨어나겠는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했다며 전문을 소개했다.

권 소장은 논평에서 “시간은 쉬임없이 흘러가는데 ‘선 비핵화, 후 제재완화’라는 외마디 말만 되풀이 하면서 바위짬에라도 끼운 듯 대조선 압박의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미국”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가 주동적으로 선의적인 조치로 미국에게 과분할 정도로 줄 것은 다 준 조건에서 이제는 미국이 상응한 화답을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산을 옮기면 옮겼지 우리의 움직임은 1㎜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권 소장은 “만약 미국이 우리의 거듭되는 요구를 제대로 가려듣지 못하고 그 어떤 태도변화도 보이지 않은 채 오만하게 행동한다면 지난 4월 우리 국가가 채택한 경제건설 총집중노선에 다른 한 가지가 더 추가돼 ‘병진’이라는 말이 다시 태어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 4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건설을 동시에 추진하는 병진노선의 승리를 선언하고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총력집중하는 새 전략노선을 채택했으며 이후 본격적으로 비핵화 협상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병진노선’이 부활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북한이 비핵화를 중단하고 다시 핵 개발에 나설 수도 있다고 시사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권 소장은 “이러한 노선의 변화가 심중하게 재고려될 수도 있다”며 “벌써부터 우리 내부에서는 이러한 민심의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논평은 외무성 등 공식기구의 성명보다 급이 낮은 개인 명의 형태로 나왔다. 메시지는 전달하되 북한의 공식 입장과는 다소 거리를 두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 밖에도 권 소장은 이날 논평에서 미국의 대북제재 유지 방침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권 소장은 “미국은 싱가포르에서 확정한 목표도 잃고 조미관계 개선과 평화라는 기본주제, 기본궤도에서 탈선해 ‘최대의 압박을 통한 비핵화’라는 지선으로 기차를 몰아가고 있다”면서 “아무리 정신이 혼란되었기로서니 자기가 무엇을 약속했고 어디로 가자고 하였댔는지 목적지마저 망각하면 되겠는가”라고 밝혔다.

이어 “북조선이 대화로 나온 것은 숨 막히는 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이며 따라서 비핵화가 완결될 때까지 제재를 결코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뻗대는 미국의 고집불통에 우리의 중학생들마저 너무나 어이없어 ‘엿이나 먹어라’ 한다”고 밝혔다.

권 소장은 “오히려 그 무슨 ‘전략적 인내’도, 핵 공갈과 군사적 위협도, 그 어떤 강도 높은 고립압살 공세도 우리에게 절대로 통할 수 없다는 것을 마침내 미국이 깨달았기에 미국 본토에 대한 핵위협이 시간문제라는 것을 느꼈기에 제 발로 협상탁에 나오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자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시금 부언하건대 관계개선과 제재는 양립될 수 없는 상극”이라며 “황당한 착각을 교정하지 않고 숨기고 있는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으면 미국은 눈먼 망아지 신세를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미국에 제재 완화를 압박한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날 논평은 ‘병진노선’ 부활 가능성까지 거론했다는 점에서 특히 수위가 세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주북미고위급회담이 열릴 예정인 가운데 제재를 둘러싼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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