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상회담 앞둔 韓美 틈 벌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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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비핵화 줄다리기]“미국 상전과 한패되어 전투 훈련”
연이틀 원색적 비난 쏟아내… 한국에 美설득 책임까지 떠넘겨

남북 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북한이 회담이 열리지 않은 책임을 되레 우리에게 돌리며 비난 공세를 높였다. 우리 정부가 전날 북측에 ‘유감’ 표명과 함께 회담 개최를 ‘촉구’한 것에 대해서도 “상식 이하로 놀아대고 있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북측 고위급 대표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사진)은 17일 “북남(남북) 고위급 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 앉는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선권은 고위급 회담이 무산된 책임과 관련한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변하고 “차후 북남관계의 방향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은 앞서 밝힌 고위급 회담의 취소 배경을 되풀이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한미공군훈련인 ‘맥스선더’가 열린 것을 비판한 데 이어 “인간쓰레기들을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을 비방중상하는 놀음을 벌였다”고 했다. 최근 국회 행사에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김정은 비판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리선권은 “남조선 당국은 완전한 ‘북핵 폐기’가 실현될 때까지 최대의 압박과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미국 상전과 한 짝이 되어 역대 최대 규모의 연합공중전투 훈련을 벌려 놓고 이것이 ‘북에 대한 변함없는 압박 공세의 일환’이라고 거리낌 없이 공언해 댔다”고 했다. 이를 감안하면 결국 북한은 우리 정부가 미국의 대북 압박과 제재에 동참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으며, 22일 한미 정상회담, 다음 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한미 간에 균열을 일으키려는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리선권은 ‘북측이 제기한 문제들을 논의하기 위해서도 대화가 이어져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는 ‘괴이쩍은 논리’ ‘철면피와 파렴치의 극치’라며 비난했다. 이어 “적대와 분열을 본업으로 삼던 보수정권의 속성과 너무나도 일맥상통하다”면서 “현실적인 판별력도 없는 무지무능한 집단이 다름 아닌 현 남조선 당국”이라고 일갈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정부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사항은 밝히지 않으며 “(그 이유를) 머리를 싸쥐고 고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는 돌연 대남 압박에 나선 북한의 논리가 희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정상회담#북한#미국#설득 책임#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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