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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구 기자의 對話]“나는 보수-진보 구애받지 않는 상식적 개혁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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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구 기자의 對話]“나는 보수-진보 구애받지 않는 상식적 개혁주의자”

이진구 기자 입력 2017-08-14 03:00수정 2017-08-1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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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 장관 김영춘
아직까지 국내에서 해양레저스포츠는 각광받는 분야가 아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크루즈, 마리나 등 해양레저 분야는 미래 산업 분야”라며 “이를 위해 2022년까지 300척 이상 계류할 수 있는 거점형 마리나 항만을 6곳에 만들고, 국내 항만을 동북아 크루즈 모항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서로 서울마리나에서 진행됐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진구 기자
《 6월 27일 정부는 신고리 5, 6호기 원전의 건설을 잠정 중단하고, 공론화를 거쳐 시민배심원단이 공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만 이 문제와 관련해 의견을 내고, 주무 부처인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침묵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졸속 추진과 비전문가에게 의사 결정을 맡긴다는 비난, 누가 이 속도전을 총괄하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을 낳았다. 그들은 왜 공사 일시중단이라는 언뜻 이해하기 힘든 카드를 꺼냈을까. 》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이 좀 있었나.

“별 인연은 없는데…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내가 많이 대들었다. 열린우리당 출범하고 1년 반 가까이 밤에 젊은 의원들과 청와대에 자주 갔는데, 항상 좋지 않게 끝났다. 언쟁이 벌어져서…. 주로 내가 ‘그건 아닌데요’ 하고 총대를 메는데 우리가 하는 얘기를 잘 안 받아들였다. 나중에는 당 비상대책위원들하고 직언하다 불편한 상황도 만들어지고…. 그때가 문재인 대통령이 비서실장일 때인데…, (그것도 인연이라면) 별로 안 좋은 기억으로 시작된 인연인 셈이다.”

―그 이후에도?


“대통령과 부산에서도 둘이 만난 경우가 거의 없다. 대선 경선 때 그쪽에서 도와 달라 했는데 안 했다. 내가 김부겸(행정안전부 장관), 안희정(충남도지사)과 친한데, 그때 문재인 후보는 상종가고 이 사람들은 바닥이어서… 인간적인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실세라는 말이 나오는데….

“국무회의에서 원전 문제 얘기한 것 갖고 그러는가? 좀 튄다고 하더라. 딱 한 번 말했는데…. 그날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를 만들겠다는 말이 나와 생각한 걸 말했다.”

―주무 장관도 아닌데 왜 나섰나.


“내가 국회에서도 탈(脫)원전 의원모임 대표였다. 공론화위원회를 만든다는데 생각해보니까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하나는 부산, 울산처럼 원전 30∼50km 안에 사는 사람들과 몇백 km 밖에 사는 사람들의 여론을 똑같은 비중으로 반영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체감도가 다르다. 또 하나는 이런 사회적 논의가 공정하게 진행되려면 공사를 (일시)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걸 얘기했다.”

―중단한 상태에서 논의하는 게 공정하다고?


“5월까지 공사에 1조 원이 넘게 들어갔기 때문에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데, (일시중단을 안 하면) 공론화 기간 동안 더 많은 공사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그 후에는 중단하면 안 된다는 논리가 더 세질 테고…. 그건 불공정하다고 생각했다. 총리도 전에 영광 원전이 있는 전남 영광-함평이 지역구라 한두 마디 했고…. 그러고 지나갔다. 뭐 결정한 게 없는데….”


―국무위원이 회의에서 의견을 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장관은 원전이 있는 부산 지역구 의원이다. 속된 말로 이해당사자인데 객관적이라고 말할 수 있나.

“이런 문제를 그런 식으로 기계적 가치중립성을 추구하려고 하면 안 된다. 서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부산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감을 등가로 놓으면 안 되지 않을까 싶다. 이걸 지역구를 대변한다고 보는 건 안 맞는 것 같다.”

―신공항 놓고 부산, 대구 국회의원들이 서로 자기 동네가 타당하다고 싸운 것은 객관적이라고 볼 수 있나.


“그 건은 이익추구 사안이라 그런 건데…. 원전은 이익을 추구하고 대변하는 게 아니다. 원전 사고가 나면 부산 울산 사람들은 다 죽거나 도망가야 한다. 서울 사람은 거의 피해가 없지만…. 그러니까 거부감이 덜한 것 같다.”

―궁극적으로 모든 원전을 없애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단, 지금 당장 모든 원전을 폐기해야 한다는 급진적인 것은 아니고….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60년 탈원전이다. 울산 신고리 4호기가 올해 새로 가동된다.(인터뷰 이후 올해 말 가동 예정이던 신고리 4호기가 내년 9월로 연기됐다) 수명이 60년이다. 수명이 다 돼가는 원전은 하나씩 끄고, 새로 짓지 말고 60년 후 원전 제로를 만들자는 거다.”

―전기 수급은 어떻게 하나.
 
“몇 년에 하나씩 꺼 가면 2025년까지는 전기 수급에 차질이 없다고 전문가들도 전망하고 있고, 전기에너지 수급계획을 짜는 사람들은 늘 (계획을) 넉넉하게 잡는다. 계획은 좀 넉넉하게 잡는 것이 맞다. 또 하나는 경제성장률을 좀 높게 전제하고 수급 계획을 짠다. 전기가 남는 셈이다. 그리고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는 마인드가 그 사람들에게는 없다. 신재생 에너지에 의한 전기 생산에는 굉장히 소극적이고…. 새로 가동되는 것도 있으니 하나씩 꺼도 10년 정도는 큰 차질이 없고, 그 사이에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면 60년 후에는 원전이 없어도 충분하다는 자신감에 이 계획을 짠 거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이 숙원 사업이라고 했는데….

“우리 조선이 무너지고 있는데, 우리 해운사들은 90%가 중국 등 외국에서 배를 만든다. 큰 배는 몇천억 원씩 하기 때문에 조선소가 은행이나 보험사의 지급보증(RG·refund guarantee)을 받지 못하면 선주(船主)가 발주를 안 한다. 조선소가 파산하면 돈을 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 금융권은 부도 우려 때문에 우리 조선사에 지급보증을 안 해준다. 반면에 중국은 지급보증도 잘해주고, 건조비도 우리보다 10∼20% 싸다. 그러니 누가 국내에서 배를 만들겠나. 공사를 만들면 신용이 있으니 금융 지원을 받기 쉽고, 여기서 선박 발주, 임대 운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화물 운송비만 받는 해운업이 아니라, 리스 선박금융업 등 해운과 관련한 총체적 사업을 하는…. 쉽게 말해 해운업을 지원하는 국영기업을 만들려고 한다.”

―국내에 없는 모델이라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내년 지방선거 전에 되나.

“올해 안에 해양진흥공사법을 통과시키고, 내년 9월 중에는 출범시킬 생각이다. 부산시장? 지방선거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인사청문회에서는 그렇게 말했는데, 다른 데서는 “장담할 수 없다”고 다시 애매하게 말했던데….

“사람 일에 100% 확신할 수 있는 게 어디 있을까. 1%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절대 안 한다’는 말은 쉽게 할 수 없다는 뜻이다. 99% 이상 안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역대 해수부 장관 중 상당수가 부산 출신이다. 부산 사람들은 왜 늘 해수부가 자신들 몫이라고 생각하나. 장관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내려갔는데, 이것도 또 다른 의미의 지역주의 아닌가.

“꼭 부산 사람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지역 문화가 조금 다르긴 하다. 바다와 관련해 항상 중앙정부에 문제를 제기하는 게 부산이다. 해수부를 없애면 왜 없앴느냐고 항의하고 부활시키고…. 부산 지역 신문에는 정치부 경제부 있듯이 해수부가 따로 있는 곳도 있다. 아예 부서가 있다. 그런 관심들이 자연스럽게 반영된 게 아닌가 싶다.”

―당을 많이 옮겼는데, 지향하는 정치가 뭔가.

(그는 YS(김영삼) 비서로 시작해 민자당(신한국당 한나라당)-열린우리당-창조한국당을 거쳐 민주당에 돌아왔다.)

“몸부림이라고나 할까…. 나는 내가 보수 진보에 구애받지 않는 상식적 개혁주의자라고 생각한다. 한나라당이 좋은 보수가 될 수 있다면 거기서 헌신해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나와서 열린우리당 만들어 실험해 본 거고…. 열린우리당 문 닫을 땐 그 좌절 때문에 불출마 선언하고 당시(2007년) 대선에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그가 될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상식적인 정치를 말했는데, YS의 3당 합당은 상식적인가. 그건 견디지 않았나.

“1990년 3당 합당 후에 YS가 직접 ‘이번이 마지막 싸움인데 한 번만 더 도와주면 안 되겠냐’고 부탁했다. 민자당 대선 후보가 돼야 했으니까…. 안 되면 정치를 떠나겠다고…. 난 YS가 민자당에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지분도 20%밖에 안 되고…. 안 된다고 생각했기에 내가 (YS의) 정치적 장례를 치러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 시기할 정도로 굉장히 나를 총애해줬는데, 그 갚음은 해야겠다고 생각한 거다.”

―가이샤쿠(かいしゃく)를 말하는 건가.

(가이샤쿠: 할복 시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뒤에서 목을 쳐주는 일본 사무라이 문화.)

“그렇다. 이용만 당하고 토사구팽 당할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몽골 기병대처럼 민자당 내 민정계를 다 격파했다. 김덕룡, 최형우 이런 분들과 같이…. YS를 대선 후보로 안 밀면 우리가 아는 패 다 깐다. 판 깨고, DJ(김대중) 돕는다면서…. 장례 치르러 갔다가 뜻밖에 대통령을 만든 셈이다. 하하하.”

―문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보나.

“지금까진 괜찮은데…, 한꺼번에 너무 많은 미션을 던져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도, 신고리 원전 5, 6호기도 본인이 시점을 선택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세금 문제도 세수와 재원 문제를 안 다루면 무책임한 일이 되니까 지금 안 던질 수는 없는데, 한꺼번에 많은 문제를 던지면 당연히 많은 반발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만큼 힘겨운 행군을 해야 된다. 불가피한데 안쓰러운 부분이 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해양수산부 장관 김영춘#신고리 원전 건설 중단#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문재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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