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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대-최재경 ‘중수부 폐지’ 불퇴전… 둘 중 한명은 치명상

기사입력 2012-11-29 03:00:00 기사수정 2012-11-29 10:30:44

■ 檢 전체가 격랑 속으로

한상대 검찰총장이 검찰 조직의 핵인 최재경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에게 정면으로 칼을 겨눴다. 최 중수부장도 물러서지 않고 정면 대응해 사실상 항명 의사를 밝히면서 검찰 조직 전체가 거친 풍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넌 두 사람 중 하나는 검찰 조직에 남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고 있다. 검찰 조직은 유례없이 흔들리고 있다.

○ 감찰의 표면적 이유

대검이 감찰에 들어간 표면적 이유는 최 중수부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김수창 특임검사팀의 수사를 받고 있는 김광준 검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다. 최 중수부장은 김 검사의 비리에 대한 대검 감찰본부의 감찰 조사가 진행 중이던 8일 오후 김 검사에게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검사 비리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는 8일 오후 늦게 처음 나왔다.

김 검사가 서울중앙지검 3차장 등 공보업무를 맡았던 최 중수부장에게 “억울하다”며 향후 언론대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묻자 최 중수부장이 문자로 조언을 했는데, 이것이 검사의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최 중수부장과 김 검사는 서울대 법대 81학번 동기로 대학시절부터 친한 사이였다.

한 총장은 28일 오후 이 문제를 보고받은 뒤 곧바로 감찰 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준호 감찰본부장에게 긴급 브리핑을 열어 이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게 했다. 통상 감찰조사는 결과가 나온 뒤에 언론에 공개하는 것을 생각하면 매우 이례적인 조치다. 한 총장이 이처럼 대응한 것은 나중에 이 사실이 ‘비리 검사를 중수부장이 도왔다’는 식으로 흘러나가 언론에 보도될 경우 검찰이 또다시 오해를 받을 수 있으므로 공개 감찰을 통해 분명히 짚고 가야 한다는 판단의 결과라는 설명이 나온다. 하지만 과연 이 사안이 공개감찰까지 해서 중수부장의 도덕성에 상처를 줘야 할 만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검찰 안팎 모두에서 비판적인 견해가 지배적이다.

○ 중수부 폐지와 총장 퇴진이 핵심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가 대검 중수부 폐지 여부와 총장 퇴진 문제를 놓고 불거진 검찰 수뇌부와 특별수사통 검사들 사이의 갈등이 폭발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문제의 핵심은 최 중수부장이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아니라 검찰 조직의 운명이 오가는 사안에 대해 한 총장과 최 중수부장 사이에 발생한 심각한 의견 충돌이라는 것이다. 최 중수부장도 28일 자신에 대한 감찰 사실이 공개된 직후 “김광준 검사 수뢰사건, 성추문 사건 이후 한 총장의 진퇴 문제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의견 대립이 있었고 그것이 (나에 대한) 감찰조사로 이어졌다”며 “(문자메시지로 조언을 해 준) 진행과정에 대해 총장도 그 내용을 잘 알고 있으며 특임검사도 수사 결과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확인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보복 감찰’이란 주장이다.

중수부 폐지 문제는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검찰이 정치적으로 논란이 있는 수사를 벌일 때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권 차원의 하명(下命) 수사, 표적 수사를 일삼는 중수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검찰은 그때마다 총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중수부 폐지를 반대해왔다. 특히 중수부가 폐지되면 검찰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사권이 약화돼 절대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데 김 검사의 뇌물 수수 사건이 불거진 데 이어 서울동부지검 전모 검사의 성추문 사건까지 불거지며 검찰에 대한 비난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한 총장이 검찰 개혁 방안의 하나로 중수부 폐지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한 총장은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수부 폐지와 상설특검제 등 정치권의 검찰개혁안을 백지 상태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직 검찰총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중수부 폐지를 언급한 것이다. 한 총장은 30일 발표할 검찰개혁안에 중수부를 폐지하고 권역별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는 방안을 포함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최 중수부장을 중심으로 한 특별수사통 검사들이 강력히 반발했다. 이들은 “한 총장이 ‘수뇌부 퇴진론’을 무마하기 위해 중수부 폐지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한 총장이 중수부 폐지를 제물삼아 최근의 검찰 상황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는 격한 반응도 나왔다. 옳고 그름을 떠나 최근의 상황에서 검찰 조직 전체를 벌집 쑤신 것처럼 만들 수 있는 ‘중수부장 감찰 카드’를 꺼낸 것 자체가 무리수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총장 퇴진론이 검찰 조직 전반에서 강해질 가능성이 현재로선 강하다.

최근 회삿돈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예상보다 낮은 징역 4년이 구형된 것과 관련해 ‘봐주기 구형’ 논란이 빚어진 것도 특수부 검사들을 총괄 지휘하는 최 중수부장과 한 총장 간 갈등의 연장선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분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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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봉·전지성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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