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경제 이어 대북정책도 ‘광폭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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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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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인터뷰서 평화수역-정상회담 등 전향적 제안
김정일 만난 경험 바탕 北변화 가능성에 자신감
역사인식 논란, 추석前 정면돌파… 내주 견해 표명… 최필립 이사장 퇴진 거부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경제정책에 이어 대북정책에서도 ‘좌클릭’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아직 공식적인 대선 공약을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1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드러난 남북관계 구상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에 비해 훨씬 더 유연해졌기 때문이다.

▶본보 14일자 A1면 박근혜 “北 서해경계 존중하면 평화수역 논의 가능”
▶본보 14일자 A3면 “남북 경색국면 어떻게든 대화국면으로 바꿔야”

환경미화원 휴게실 찾은 朴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14일 서울 중구 필동 환경미화원 휴게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미화원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박 후보는 “사내 하도급 근로자보호법 등을 발의했는데 법을 통과시켜서 일하시는 환경이 좋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환경미화원 휴게실 찾은 朴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14일 서울 중구 필동 환경미화원 휴게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미화원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박 후보는 “사내 하도급 근로자보호법 등을 발의했는데 법을 통과시켜서 일하시는 환경이 좋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 간의 경계를 존중한다는 전제가 있긴 했지만 서해 공동어로수역 및 평화수역 설정 방안을 북한과 논의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이 방안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한과 합의한 것이고 그동안 보수진영 일각에서 반대해온 것이다.

또 박 후보는 2007년엔 “남북관계를 제대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국제관계의 틀 속에서 상호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원칙론’을 강조했지만 본보 인터뷰에선 “인도적 지원이나 상호 호혜적인 사업은 정치환경이 변화되더라도 꾸준히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호주의’에서 벗어난 과감한 대북 포용정책 추진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

특히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의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는 2002년 당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변화 등 가시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김 위원장과 여러 가지 약속을 했는데 북한도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면서 원칙을 갖고 신뢰를 쌓으면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박 후보 측은 “‘좌클릭’이라는 이념적 표현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준비 중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박 후보 조언 그룹의 한 전문가는 “이명박 정부뿐 아니라 진보 정부에서도 잘한 점은 계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안보 측면에서는 강하게 대응하면서도 인도주의적 지원과 낮은 단계의 교류·협력은 정치 상황과 별개로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는 “야권 대선후보들은 과거 진보 정부의 정책을 되풀이하고 대형 프로젝트와 거대 담론 위주지만, 박 후보는 벽돌을 쌓듯이 단계적으로 ‘신뢰 프로세스’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 후보는 이르면 다음 주 과거사 인식 논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종합적으로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과거사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박 후보는 강연 등을 통해 과거사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 등을 상세히 밝히고 이해를 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과거사 인식 ‘종합판’을 내놓겠다는 뜻이다.

박 후보는 본보 인터뷰에서 인혁당 사건에 대해 유족들에게 사과의 뜻을 분명히 밝힌 데 이어 정수장학회 논란에 대해 우회적으로 이사진 퇴진을 요구했다. 한 측근 의원은 “여러 통로로 최필립 이사장에게 퇴진을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박 후보가 공개적인 압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이사장은 1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때가 되면 (퇴진)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박 후보는 9년간 이사장을 했으니까 장학회와 관련된 말을 할 수 있지만 정수장학회는 우리 것이고 우리가 알아서 처리한다. 박 후보와 관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정치권에 대한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최 이사장은 “야당은 우리가 도둑질한 것처럼 장물이라고 난리 치는데, 서울시교육청이 7월에 감사했지만 아무 문제 없다고 했다”며 “정치권이 장학회에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거취를 결정할 생각이 없나”는 질문에 “그렇다. 내 임기는 내후년이다”고 답했다.

한편 홍일표 당 대변인은 박 후보의 ‘인혁당 평가 사과’를 둘러싼 혼선에 책임을 지고 14일 사의를 표명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박근혜#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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