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농산물 30% 농민 소유… 식량배급제-계획경제 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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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방송 “6·28 새 경제관리 체계 시행”

북한의 경제개혁 조치가 가시화되고 있다. 가난과 배고픔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마음을 달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9일 북한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6일부터 각 근로단체 조직들과 공장, 기업소들을 상대로 ‘새 경제관리 체계’와 관련한 강연회가 진행되고 있다”며 “내용은 공장, 기업소들이 독자적으로 생산하고 가격과 판매방법도 정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북한이 사회주의체제의 근본인 계획경제를 포기했다는 것”이라고 RFA는 해석했다.

RFA는 또 함경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국가기관 사무원 등에 한해서만 국가가 배급을 주고 기타 근로자들의 배급제는 폐지됐다”며 “농산물은 전체 수확량의 70%는 당국이, 나머지 30%는 농민들이 가지도록 규정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이른바 ‘새 경제개선 조치’를 부분적,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구체적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6월 28일 ‘우리 식의 새로운 경제관리 체제 확립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경제방침을 제시했고, 최근의 개혁조치는 이 방침을 따르는 형식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6일 북한에 △당·군 경제사업의 내각 이관 △협동농장의 분조(分組) 인원 축소 △기업의 경영자율권 확대 △근로자 임금인상 추진 등의 움직임이 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북한은 1996년 곡물 증산을 위해 분조의 규모를 축소하고 목표량 초과분에 대해서는 현물 처분권을 부여했다. 이어 2002년에는 임금 및 물가 현실화, 기업 독립채산제 도입, 배급제 축소 등을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시행했다가 2005년 이후 다시 계획경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번에 김정은이 시도하고 있는 경제개혁 조치도 앞서 시도했던 조치들과 핵심 내용은 비슷한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김정은은 4월 15일 공개연설에서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한 이후 경제의 중요성을 줄곧 강조하고 있다. 김일성 김정일과 달리 카리스마가 약하고 군부에도 기반이 없는 김정은으로서는 ‘경제 살리기’가 이를 메워줄 해법인 셈이다.

하지만 김정은이 전면적 급진적인 경제개혁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면적인 개혁조치를 선포했다가 실패할 경우 오히려 김정은 체제에 불안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배급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유명무실화된 상태지만 공식적으로 배급제를 폐지하는 등 사회주의계획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일동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지금까지 나온 김정은의 경제개혁 조치 내용은 7·1조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며 “김정은이 개혁에 반대하는 군부 등 보수층과 개혁을 원하는 주민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북한#농산물 경제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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