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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샤오보-후자 등 反체제 인사에 적용한 죄목, 한국인에 왜?

동아일보

입력 2012-05-16 03:00:00 수정 2012-05-16 17:24:38

中,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 씨 등 4명에 ‘국가안전위해’ 혐의 적용 미스터리

작년 단둥 구금소 내부모습… 김영환은 어디에 중국 관영 영자신문 차이나데일리가 지난해 11월 북한과 중국 국경 지역인 랴오닝 성 단둥에 있는 구금소 내부를 찍은 사진. 사형수가 포함된 여성 구금자들이 파란색과 주황색 조끼를 입고 족쇄가 채워진 상태에서 구금소 수용실에 앉아 있다. 차이나데일리는 단둥 구금소가 지난해 12월 시설을 확장해 단둥 내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전했다. 한편 김영환 씨 등 한국인 4명은 랴오닝 성 국가안전청 단둥 수사국에 수감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출처 차이나데일리
중국 국가안전부(중국의 국가정보원)가 김영환 씨(사진) 등 한국인 4명을 ‘국가안전위해’ 혐의로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의 국가안전청에서 조사 중이라고 한국 정부에 통보한 것은 올 4월 1일. 중국 정부는 공안당국이 김 씨 등에게 국가안전위해죄 등의 혐의를 두고 있다고 우리 정부에 알려 왔지만 구체적인 이유나 장소에 대해선 현재까지 전혀 알려준 것이 없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탈북자들에게 거처나 식량을 제공하는 식으로 돕다 적발된 한국인들에게는 주로 ‘타인 밀출입국 방조죄’ 같은 혐의를 적용했다. 조사 주체는 중국 공안이었다. 하지만 국가안전위해죄는 수사 주체가 국가안전부다. 주중대사관 관계자는 “국가안전위해죄는 우리나라 국가보안법처럼 중국 체제에 위협이 되는 행위를 막는 법이기 때문에 수사 주체도 국가안전부”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중국 당국이 한국인에게 국가안전위해 혐의를 적용한 경우는 2001년 탈북자 12명을 몽골로 피신시킨 천기원 목사 등 네댓 명으로 알려졌다. 중국인으로는 2010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 씨, 최근 가택연금에서 탈출한 시각장애인 인권운동가 천광청(陳光誠) 씨의 탈출을 기획한 인권운동가 후자(胡佳·3년 6개월 만기복역) 씨 등이 이 법의 처벌을 받았다. 국가안전위해죄는 무장폭동부터 국가비밀 누설, 국가분열 선동까지 범위가 매우 포괄적이다. 위반 사안이 가볍더라도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김 씨의 경우 평소 단순한 탈북자 돕기 운동이 아니라 북한 내부의 민주화운동을 주장해 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김 씨가 북한 민주화를 위한 조직 관리를 시도하다 북한과 중국을 자극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대북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는 북한 체제 전복을 목적으로 비밀리에 활동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이들은 북한 내 김정은 일가 우상화 상징물(기념비나 동상) 훼손 및 삐라(전단) 살포 등을 기획해 북한 내부의 변화를 꾀한다.

한 대북 인권단체 관계자는 “북한 내 전단 살포 사건들은 남한 사람과 탈북자, 북한 국내 협조원 등으로 구성된 비밀단체가 기획한 일일 수 있다”며 “김 씨가 이런 단체들과 연관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중국에 입국해 6일 만에 체포된 정황으로 미뤄 볼 때 국내에서부터 중국 내 활동가들과 모종의 관련이 있는 상태에서 변절자로부터 유인당해 체포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국가안전부가 김 씨 등을 한국 정부의 스파이로 의심하는 것 아니냐는 추정도 나온다. 한국 정보당국은 중국 동북지방 북한 접경지역에 일명 ‘흑색요원’(신분을 위장한 첩보요원)을 운용해 대북 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중국 국가안전부는 이들을 막기 위한 방첩활동을 펴왔다. 하지만 학생운동을 거쳐 북한 민주화에 헌신해온 김 씨의 인생 역정과 성품으로 볼 때 스파이설은 터무니없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한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도 “김 씨의 활동은 한국 정부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15일 김 씨 구금과 관련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김 씨를 비롯한 한국인 4명이 현재 구금돼 있는지, 어떤 죄목이 적용됐는지를 묻는 말에 “현재로선 제공할 정보가 없다. 관련 상황을 알아보겠다”며 즉답을 하지 않았다.

한편 김 씨와 함께 중국에 구금 중인 유재길(44), 강신삼 씨(42)도 전북지역 NL계 운동권 출신으로 전향해 북한 인권운동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 석방대책위원회’ 최홍재 대변인은 “두 사람은 운동권 출신으로 예전부터 김 씨와 아는 사이였다”며 “북한의 실상을 알게 된 뒤 북한 인권운동 쪽으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이어 “두 사람이 이번에 김 씨와 함께 중국으로 출국한 것은 아니며 오래전부터 중국에서 활동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상용 씨(32)도 전북지역 운동권 출신으로 알려졌지만 김 씨와의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최 대변인은 ‘이들이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조직한 뒤 다시 북한으로 보내 북한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도대체 누가 그렇게 무책임하게 근거 없는 발언을 하고 있나”라고 말했다.

김영환석방대책위는 15일 성명을 통해 “랴오닝 성 국가안전청이 사건을 철저히 은폐한 채 북한 공안기관과 모종의 협의 아래 사건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강한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며 “(영사 접견이 이뤄지지 않은 나머지) 한국인 3인에 대한 고문이나 폭행, 가혹행위가 있었을 것이라는 강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채널A 영상] 정부, 한-중 정상회담서 김영환 구금문제 꺼내지도 않았다


:: 중국의 국가안전위해죄(危害國家安全罪) ::

한 국의 국가보안법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주권·영토·안보 저해, 국가 분열, 인민민주독재정권 전복, 사회주의제도 파괴 행위를 한 단체와 개인에게 적용된다. 국가배반죄, 국가분열선동죄, 간첩죄 등 11개의 죄로 구성돼 있다. 주모자와 주요 가담자의 최고 형량은 사형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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