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참여정부 비사 담은 책 ‘운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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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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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전대통령 박연차게이트 터지자 가족들 경제적으로 단련 못시켰다…
결국은 모든게 내 잘못이다 말해”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14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비사를 담은 책 ‘문재인의 운명’을 출간했다. 이 책에는 1982년 ‘변호사 노무현 문재인 합동법률사무소’ 개업부터 2009년 5월 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 때까지의 동행 발자취와 함께 노 전 대통령 측근의 대북 접촉 등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담겼다.

문 전 실장은 책에서 영화배우 문성근 씨가 2003년 대통령 친서를 갖고 북한을 다녀왔다고 소개했다. 다만 “남북관계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진정성을 이해시키는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안희정 씨(현 충남지사)가 2006년 북측 제안으로 대북 접촉을 했고, 남북 정상회담은 그해 11월 김만복 국가정보원장 취임 후 본격 추진됐다.

문 전 실장은 참여정부 첫 조각과 관련해 강금실 법무부 장관 임명을 최대 파격으로 꼽으면서 “강 변호사를 환경부나 복지부 장관으로 발탁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추천했는데 노 전 대통령이 그에 대해 자세히 묻더니 ‘법무부 장관으로 하자’고 했다”며 “남성 전유물처럼 생각되던 자리에까지 여성을 과감하게 발탁해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뜻이었다”고 썼다. 또 노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정부의 마지막 환경부 장관이었던 김명자 전 장관을 건설교통부 장관에 임명하려 했지만 고건 당시 국무총리 내정자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했다.

문 전 실장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 직전 좀 이상했다고 회고했다. ‘박연차 게이트’ 검찰 수사에 대해 큰 소리 한 번 안 치면서 “결국은 다 내 책임이다. 내가 오랫동안 경제적으로 무능했고 장래에 대해 아무런 믿음을 못 주니 집사람(권양숙 여사)과 정상문 비서관(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그렇게(돈 수수) 한 게 아니겠는가. 다 내 잘못이다. 나는 오래 정치를 하면서 단련됐지만 가족은 단련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컴퓨터에 쓴 유서와 관련해서는 “글을 전부 입력한 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는 첫 문장을 추가로 집어넣었더라. 그답게 마지막 순간에도 다시 손을 본 것이다”라며 “대통령이 마지막 얼마 동안 머릿속에 유서를 담고 살았을 것이란 생각이 지금도 나를 견딜 수 없게 한다”고 썼다. 이어 “서거 후 상속 신고를 하면서 보니 부채가 재산보다 4억 원가량 더 많았다”며 “가난하게 떠난 대통령”이라고 했다.

참여정부 시절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를 추진하다 접었던 데 대해 그는 “역설적으로 정치 중립의 요구 때문”이라고 밝혔다. 당시 중수부가 소신껏 대선자금 수사를 하도록 해줬는데, 중수부 폐지를 추진하면 마치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보복 인상을 줄 소지가 컸다는 것이다. 그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보장해 주려 애썼던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 의해 정치적 목적의 수사를 당했으니 세상에 이런 허망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 당시 기자실 통·폐합과 관련해서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문제는 시기였다. 여러모로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에게 세 번이나 재고를 요청했다. 대통령 의지가 워낙 확고했다. 나중에 어려워지는 것을 보고 그때 더 설득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고 술회했다.

문 전 실장은 사법연수원(사법시험 22회)을 차석으로 졸업했지만 유신 반대 전력으로 판사로 임용되지 못해 노 전 대통령의 변호사 사무실에 합류했다며 “노 전 대통령을 만나지 않았다면 나의 삶은 전혀 달랐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운명이었다”라고 썼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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