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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침 1년]“北 특수부대원들 지금도 땅굴로 남한 침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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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침 1년]“北 특수부대원들 지금도 땅굴로 남한 침투”

동아일보입력 2011-03-23 03:00수정 2011-03-2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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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수부대 출신 탈북자가 전하는 실상
북한군 특수부대 출신인 탈북자 임천용 씨가 2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특수부대의 주요 임무와 훈련 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유난히 큰 주먹이 눈에 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사진 더 보기
북한군 특수부대 대위 출신인 임천용 씨(45). 21일 기자와 만난 그는 170cm가 안 되는 비교적 단신이었지만 유난히 주먹이 컸다. 만화 '주먹대장'의 주인공을 연상시켰다. "하루에 수 천 번씩 주먹치기 연습을 해서 그렇다"는 그의 설명을 듣고서야 북한군 특수전 여단 장교를 만났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악수하는 손에서 단단하고 묵직한 느낌이 전해졌다.

북한 특수전 부대 대위 출신인 임 씨는 평남 덕천에 본부를 둔 '폭풍군단'(교도지도국)의 저격여단에서 16년을 보냈다. 북한은 각 군단마다 특수전 여단이 배치돼 있는데, 폭풍군단은 타 군단에 예속된 여단이 아니라 최정예 특수부대원들만 모아 만든 특수전 군단이다.

북한의 특수전 병력 규모에 대해 임 씨는 "군단에 1개 여단만 있기도 하고, 2개 여단이 있을 때도 있다. 각 여단마다 6000~8000여 명가량으로 병력 수도 다르다"며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지만 상당히 많은 숫자"라고 말했다. 그는 "폭풍군단 외에도 4·25훈련소, 8·15훈련소, 108훈련소 등 독립적인 특수전 부대가 훈련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고름 주먹 소금에 담가 단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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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씨의 입에서 나온 북한 특수전의 훈련 방법은 예상대로 혹독했지만 상상을 뛰어넘는 부분도 있었다. 훈련이 시작되는 것은 오전 5시. 훈련의 기본은 온몸을 강철같이 단단하게 단련하는 것이며 그 기초는 주먹단련이다.

그는 "껍질을 벗긴 나무통에 줄을 감아 계속 주먹으로 때린다. 아침저녁으로 5000회를 해야 하는데 한 달을 때리면 구부리기도 힘들 정도로 주먹 안이 땡땡 붓는다"며 "그 다음에는 양철 깡통의 뚜껑을 따 타격대 위에 올리고 뾰족한 부분을 계속 타격한다. 피고름으로 손이 죽이 되면 소금더미에다가 주먹질을 하는데 그렇게 반복하면 손이 돌덩이가 된다"고 말했다. 소금더미에 주먹질을 하는 이유는 "피고름으로 범벅이 된 손이 썩는 것을 막기 위해 소금에 절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돌덩이'로 단련된 주먹은 "시멘트 기왓장 20장을 깨는 것도 거뜬해지며 3번의 주먹질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한다. 첫 만남에서도 눈에 띄었던 그의 손은 어느새 주먹을 쥐고 있었다.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 인터뷰 중에는 주먹을 펴고 얘기해 달라고 정중히 부탁했다.

어깨를 비롯한 팔 근육을 단련하는 방법도 독특했다. "상의를 벗고 손을 길게 뻗어 앞사람의 어깨에 올리고 고개를 숙여 일렬로 줄을 서면 그 위로 자동차를 지나가게 한다"는 것이다. "팔이 망가지지 않도록 자동차가 속도를 빠르게 해서 순식간에 지나가지만 이때 기합을 제대로 안 주면 어깨가 박살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격술'이라고 불리는 종합무술은 서로 실전으로 겨루며 단련한다. 그는 "김일성은 예전에 100 대 1을 제압할 수 있는 전사를 만들라고 했지만 솔직히 그건 무리이고 총기 없이 싸워서 10명을 제압할 수준으로 훈련 받는다"고 말했다.

겨울이면 육지에서 4㎞ 가량 떨어진 해상에 내던져진다고 한다. 그는 "한겨울 북한의 바다 속 온도는 영하 30~40도는 된다"며 "소금물은 완전히 칼날처럼 느껴지는데, 금방 온몸의 모세혈관이 다 터지고 간혹 거기서 그냥 죽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목표물에 단도를 뿌리고 총 쏘고 주먹질 하는 게 전부였지만 요즘은 탱크 장갑차 등의 조종훈련도 많이 받는다"고 덧붙였다.

동계훈련은 12월 1일 시작돼 4월 중순까지, 하계훈련은 7월 하순부터 9월 말까지 실시된다고 한다. 남은 기간은 훈련을 위한 준비 기간이다. 특히 10~11월에는 겨울을 나기 위해 나무도 하고 비상식량도 확보하느라 바쁘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특수전 여단에 상당한 공을 들여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때에도 식량을 제공하며 훈련을 지속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특수전 여단조차 죽밖에 먹지 못할 정도로 식량 사정이 아주 열악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1975년에 발견된 북한 제2땅굴 입구. 철원=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내 임무는 충추시장 암살하는 것"

폭풍군단의 각 부대엔 테러 대상지로 전국의 주요 도시가 할당돼 있다. 임 씨의 부대가 맡은 도시는 충북 충주. 저격여단 소속인 임 씨는 충주시장을 암살하는 것이 임무였다. 나머지 부대원들은 방송국 장악, 주요 장소에 가스 투입, 건물 폭파 등의 임무를 맡았다.

그에 따르면 특수전 부대는 통상 경보여단과 저격여단으로 나뉜다. 경보여단은 건물 파괴나 정보활동 등 비교적 가벼운 임무를 맡는 반면 저격여단은 핵심 인사의 납치 암살이나 독가스 살포 같은 보다 고난이도의 활동을 펼친다.

임 씨는 "그러나 요인 암살이 나 혼자에게만 맡겨지는 건 아니고 실패를 대비해 2중 3중으로 맡긴다. 주요 요인은 최소 3개의 조가 맡는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보수성향이고 부시장이 좌파성향이면 시장만 죽이고 부시장은 그냥 두어 북한에 유리한 정국을 조성하게 하는 것이 작전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까지는 정호용(전 국방부 장관) 박희도(전 육군참모총장) 같은 군부 인사가 테러 대상이었다"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어지간한 한나라당 인사들이 대상 리스트에 많았는데, 특히 이회창 씨(자유선진당 총재)는 반드시 암살해야 할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지금도 땅굴로 남한 침투"

16~17세에 입대하는 특수전 부대는 기초 훈련을 마치면 '전사'로 시작하는 일반 병사와 달리 4계급을 뛰어넘어 중사로 시작하며, 저격여단은 5계급을 넘어 상사로 시작한다. 출신성분이 좋아야 입대할 수 있다는 임 씨는 '빈농' 계급이라 입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탈북 이유에 대해서는 "북한에 남은 가족이나 지인들이 너무 피해를 본다"며 답하지 않았다. 한국에 온 뒤 지속적으로 협박전화를 받아 집 전화를 아예 없앴다고 한다. 그는 "전화를 걸어와 '아직 잘 살고 있느냐'고 협박하는 식"이라며 "경찰들의 보호를 받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는 않는다"고 말했다.

임 씨는 북한 특수전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관계를 잘 관리하면서 돈을 얻어내니까 굳이 특수부대를 쓰면서 위협할 필요가 없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강경한데다 천안함, 연평도 사태에도 꿈쩍하지 않으니까 당연히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수전 부대가 침투하는 주요 경로로는 땅굴을 지목하며 "남한 안보에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중부전선, 특히 철원 쪽에 많은데 출구가 계곡이나 산골짜기여서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며 "북한에서 48시간 이내에 남한으로 뚫린 땅굴을 나오면 도보나 자전거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곳까지 온 뒤 도시로 가는데, 이걸 막을 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어 지금도 상당히 많은 특수부대원들이 침투해 있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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