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봉합한 政-佛갈등 또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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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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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 반발… “정부-與인사 사찰출입 거부”

8일 한나라당의 예산안 단독처리 과정에서 불교계의 주요 사업인 템플스테이 예산이 삭감돼 불교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불교계와의 크고 작은 갈등에 가슴앓이를 해온 여권은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은 예산안 단독처리 과정에서 착오로 빚어진 일로써 전혀 진의가 아니었다”며 황급히 불교계에 대한 진무에 나섰다.

대한불교 조계종은 9일 오후 성명을 내고 “종교 편향적 입장을 가지고 템플스테이 예산을 삭감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정부와 한나라당 의원들의 사찰 출입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조계종은 또 “국민 여론을 외면하고 각종 절차와 협의를 무시해 진행하는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다“고 밝혀 종단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4대강 사업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아울러 “종교재산과 자율적 활동을 규제하는 전통사찰보존법을 폐지하고, 사찰경내지와 사찰림을 공원에서 즉각 해제하라”고 촉구하는 등 기존에 주장해온 규제 철폐도 요구했다. 조계종은 또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지 않고 수행과 신도교육, 포교 등 종교 본연의 활동을 통해 전통문화 보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혀 예산 지원을 거부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전국 사찰에 정부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걸겠다고 밝혔다.

템플스테이 예산은 2008∼2010년 한시적으로 편성된 ‘일몰예산’으로 올해는 185억 원이 국고에서 지원됐다. 기획재정부는 당초 내년 예산안에서 109억5000만 원을 신규 책정했으나 여당은 지난해보다 템플스테이 예산이 줄어드는 데 대한 불교계의 반발을 감안해 최근 국회 상임위(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심의 과정에서 이를 185억 원으로 증액시켰다. 그러나 8일 통과된 예산안에서는 122억5000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조계종은 10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원불교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17일 전국 본사주지회의와 템플스테이 운영사찰 전체회의, 원로회의 중앙종회 의장단 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임태희 대통령실장, 정병국 문방위원장(한나라당), 조윤선 의원(한나라당), 조창희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장 등이 총무원장 자승 스님에게 전후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총무원을 방문했으나 만나지 못했다.

임 실장의 측근은 “상임위(문방위) 심의 과정에서 정부 여당이 185억 원으로 증액시켰는데 이것이 예결위에서 착오로 삭감됐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예산안 단독 처리 직전인) 8일 새벽 급히 수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획재정부가 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예결위 관계자는 “예산안 처리 상황이 워낙 급박했기 때문에 관련 예산이 줄어든 부분을 미처 챙겨보지 못했다”며 “관련 기금 명세를 조정하는 방향으로 보완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불교계 숙원사업인데 당의 의사가 제대로 전달이 안 되면 어떡하느냐”며 “예산안 수정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정책이 개신교 편향적이라고 주장하며 2008년 8월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범불교대회를 여는 등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특히 올 들어 개신교계 일각이 템플스테이 예산을 문제 삼고 ‘봉은사 땅밟기’ 사건을 일으키자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총무원 주변에서는 “자승 총무원장은 템플스테이 문제와 관련해 정부 여당과 논의가 필요 없다는 입장”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착오로 삭감된 것”이라는 정부 여당의 해명에 대해서도 “사실이라면 더 불쾌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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