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유 장관 ‘넘어선 안 될 선’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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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4일 16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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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4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별채용 논란이 장관직 사퇴로 귀결되면서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우선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장관에 오른 유 장관이 불명예 속에 떠나게 된 것을 아쉬워했다. 한 관계자는 “G20 정상회담이라는 큰 외교행사를 앞둔 시점에 37년간 외교관 생활을 한 유 장관이 이런 형식으로 공직을 떠나게 돼 아쉽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 장관이 고위공직자의 복무자세를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었다는 점도 아쉬워했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2명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지 나흘 만에 터져나온 이 사건을 놓고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 고위공직자의 처신과 도덕성에 대한 기대치를 더 낮출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었다. 따라서 2일 시작된 행정안전부의 특별검사의 결과 ‘절차상 하자 없음’ 판정이 내려지더라도 ‘장관 사퇴’는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청와대는 일찌감치 갖고 있었다. 한 고위관계자는 3일 저녁 “8명이 지원해 1명을 뽑았는데, 그 결과가 장관의 딸이라면 어느 국민이 이 결과를 수용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청와대는 4일 이 대통령이 국정이념으로 제시한 ‘공정한 사회’가 공직사회는 물론 사회지도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공정한 사회라는 개념은 국민 모두에게 적용되지만 고위공직자를 포함한 사회지도층이 더욱 엄격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을 해 왔다.

이 대통령의 참모들은 고위 공직자들을 줄줄이 낙마시킨 ‘공정한 사회’라는 기준이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게임의 룰을 조금이나마 개선해 주기를 기대했다. 한 참모는 “청와대가 스스로 한쪽 팔을 잘라내면서까지 국무총리 후보자 등을 사퇴시켰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떤 각오로 임하는지 잘 알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측은 8·15 경축사를 준비하던 7월말, 8월초 공정한 사회를 경축사의 핵심 메시지로 정하는 과정에서도 이 화두가 미칠 파장을 고민했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내부 토론 과정에서 이 말이 사사건건 청와대와 정부를 압박하는 말이 될 것을 예상했다. 그러나 ‘한국의 선진화를 위해 더 미룰 수 없다’는 대통령의 뜻이 확인되면서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물론 일부 실무참모들은 “이 말이 이명박 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현실론에 바탕을 둬야 할 실물 정치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향후 집권 후반기에 벌어지는 일을 놓고 사사건건 ‘이게 공전한 사회냐’라는 질문에 청와대와 정부가 답해야 하며, 이 과정에 정책의 효율성을 잃을 수 있다는 견해였다.

한편 유 장관은 이날 오전 임태희 대통령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의를 표명했다. 임 실장은 이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이 대통령은 “알았다”는 말로 사실상 사의를 수용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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