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모든 가구 호구조사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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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신문 “탈북자 색출 목적”
“부재자 해명 못한 1000명 구속”
평양주민 새 신분증 발급

북한 치안당국이 가족 중에 탈북자가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전 가구를 대상으로 일제히 호구 조사에 들어갔다고 아사히신문이 31일 보도했다. 가구별 호구 조사는 지금까지 수차례 있어 왔지만 전 가구를 대상으로 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평양시는 17세 이상 주민을 대상으로 새 신분증을 발행하기로 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북한 치안당국 검사원이 4월 초순부터 오후 6시 이후 전 가구를 방문하면서 실제 인물과 호적대장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부재자가 있을 경우 해명을 하지 못하면 가족들이 치안당국에 끌려가 엄청난 심문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부재자의 거주지를 확실히 증명하지 못해 구속돼 심문을 받은 사람이 1000여 명에 이른다는 게 북한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와 함께 평양시에서는 17세 이상을 대상으로 신분증의 일종인 새로운 공민증을 발행하기로 하고 5월 10일부터 각 가정에 발급을 통보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새 공민증은 이름과 주소 출생지 얼굴사진 등이 기록되며 컴퓨터로 전산 관리된다. 기한 내에 발급받지 못하면 역시 처벌 대상이 된다.

북한 당국이 이처럼 주민 통제에 나선 데 대해 신문은 지난해 11월 화폐개혁 실패에 따른 경제난과 천안함 사건 등으로 북한 민심이 흉흉해지자 탈북자를 색출하는 등 주민들에 대한 관리 강화에 나선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에 대해 탈북 소식통들은 아사히신문이 전한 정황은 비교적 맞지만 전후 맥락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주민등록을 전산화해 전 주민에게 새 공민증 발급을 시작했으며 이 과정에서 행방불명자가 있는 가족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맞지만 굳이 탈북자를 색출하기 위해 호구 조사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은 2004년에 주민등록 전산화 및 새 공민증 발급을 추진했지만 재정난으로 끝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전산화가 된 새 공민증을 갖고 있는 사람과 낡은 공민증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나눠져 있었다. 그랬던 것을 이번에 전국적으로 새 공민증으로 통일하면서 평양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새 공민증 발급을 위해 북한 각 지방마다 전담조직이 최근 거주민 파악에 나섰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가족 구성원 중 행방불명자가 있으면 보안부에 끌고 가 조사를 하며 탈북자가 발생한 가정에 한해서는 수입 대 지출 등을 따져 남한과의 연계성 여부를 엄격히 조사한 뒤 처벌 및 추방조치까지도 내린다는 것이다. 북한이 주민등록 전산화를 마치게 되면 주민들의 이동과 거주 등의 자유는 훨씬 더 빼앗길 것으로 보인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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