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학생에 판소리 가르치는 푸른눈의 교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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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국악과 핀첨 성 교수 국제강좌… 케이팝 대신 굿거리 장단-탈춤 얼쑤

외국인으로는 최초로 서울대에서 국악을 가르치는 힐러리 핀첨 성 교수(왼쪽)가 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국악 합주실에서 20여 명의 학생들에게 전통 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외국인으로는 최초로 서울대에서 국악을 가르치는 힐러리 핀첨 성 교수(왼쪽)가 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국악 합주실에서 20여 명의 학생들에게 전통 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자, 나를 따라해 보세요. 오금질(전통 춤에서 다리를 구부렸다 펴는 동작)은 그렇게 딱딱하게 하면 안 돼요!”

서울대 국악 합주실에는 미국, 프랑스, 중국, 베트남 등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20여 명의 외국 학생들이 벽안(碧眼)의 미국인 교수의 지도에 따라 굿거리장단에 맞춰 전통 춤 기본동작을 배우고 있었다. 초청 강사와 함께 이들을 가르치는 이는 힐러리 핀첨 성 교수(45·여). 서울대 최초의 외국인 국악과 교수다. 남편이 한국인이라 핀첨 성이란 성을 가지고 있다.

7, 8월 개설되는 서울대 국제하계강좌를 신청해 모인 학생들은 그에게서 한국 전통 춤을 배운다는 게 신기하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대중문화인 케이팝에는 익숙하지만 풍물놀이, 제례악 등 전통문화는 접해 보지 못했던 학생들이었다. 2009년 서울대 강단에 처음 서 민속음악을 가르칠 때에도 핀첨 성 교수를 처음 대한 한국 학생들은 낯설어했다. 그러던 것이 벌써 8년째가 됐다.

핀첨 성 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19년 전 자신을 떠올렸다. 미국에서 인류학 석사과정을 밟던 그는 세계 무속음악을 연구하던 중 한 교수로부터 “한국의 민속음악을 연구해 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도서관을 뒤져 시나위, 심청가 등을 찾아 들은 후 매력에 빠져 민속음악을 연구하기로 결심했다.

국제하계강좌 학생들 중에서도 ‘제2의 핀첨 성’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핀첨 성 교수는 “학생들이 전통문화를 통해 한국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학생들 모두 출신과 전공이 다르지만 내 수업을 통해 어떤 꿈을 품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이 시간이 내겐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열의도 남달랐다. 버선 끝은 왜 그렇게 뾰족한지, 한국의 ‘장단’이 서양의 ‘박자’와는 어떻게 다른지 질문이 쏟아졌다. 핀첨 성 교수는 “외국인 학생들은 한국 학생들보다 더 적극적이라 수업하기가 더 편하고, 가르쳐주고 싶은 것이 더 많다”고 했다. 그래서 매주 세 번의 강의도 힘든 줄 모른단다.
 
차길호 기자 kilo@donga.com
#외국인 학생#서울대 국악과#핀첨 성 교수#국제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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