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테이 인연 덕에… 입양 자녀 나라에 오게 됐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美마우톤씨 가족, 숙명여대 SIWA봉사단 초청으로 방한

21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한복을 입은 마우톤 씨 가족과 숙명여대SIWA봉사단 13기 학생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숙명여대 제공
21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한복을 입은 마우톤 씨 가족과 숙명여대SIWA봉사단 13기 학생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숙명여대 제공
2000년 2월 생후 4개월이 된 올리비아(나영)를 입양했다. 2년 뒤에는 8개월이 갓 지난 앤드루(민재)를 가족으로 맞았다. 부부는 자원봉사자의 품에 안겨 한국에서 미국으로 날아온 아이들을 뉴욕의 공항에서 처음 만났다. 아이가 없었던 부부는 두 아이를 애지중지 키웠다.

소중한 아이들을 보내 준 나라이지만 입양할 때조차 와 보지 못했던 곳. 빈첸조 마우톤 씨(53) 부부는 고등학생과 중학생이 된 딸, 아들과 함께 처음으로 18일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2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만난 마우톤 가족의 얼굴에선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무더위 속에 한복을 입고 2시간 넘게 경복궁을 관람하고 온 마우톤 씨는 지친 기색도 없이 “꼭 와 보고 싶은 나라에 아이들과 함께 올 수 있어 정말 기쁘다”라고 말했다.

마우톤 가족의 이번 한국 방문은 숙명여대 SIWA(Seoul International Women‘s Association·서울국제여성협회) 봉사단과의 특별한 인연 덕택이었다. SIWA 봉사단은 숙명여대 사회봉사센터 소속으로 해외에 입양된 한인 아이들에게 한국문화를 가르쳐 주기 위해 2004년 만들어진 단체. 같은 해 6월 봉사단이 미국 뉴욕 주 알바니에서 매년 열리는 한인문화교류 ‘무지개캠프(Mujigae Camp)’에 참가하면서 마우톤 씨 부부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첫 아이를 입양한 2000년부터 캠프에 참가하고 있었던 마우톤 씨 가족은 매년 미국을 방문한 숙명여대 학생들 30여 명 중 2명에게 홈스테이를 제공했다. 그렇게 이어진 인연은 어느덧 13년이 됐다. 이번 한국 방문도 외교부의 지원을 받은 숙명여대가 마우톤 씨 가족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여행 경비를 모두 부담해 이뤄졌다.

마우톤 가족의 집을 거쳐 간 학생들은 성인이 돼서도 계속 인연을 이어 가고 있다. 어느덧 30명 가까이로 늘어난 학생들 중에는 회사를 다니거나 아이의 엄마가 된 경우도 있다. 봉사단 3기였던 차화현 씨(33)는 한국을 찾은 마우톤 가족과 직접 만났다. 차 씨는 “마우톤 씨 가족을 11년 만에 다시 만났을 때 눈물이 났다”며 “그때 부부가 보여 줬던 자식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에야 절절히 느낀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차 씨는 봉사단 학생들 편에 마우톤 씨 가족을 위한 선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10기였던 김수린 씨(26)는 “지금도 페이스북으로 소식을 주고받곤 한다. 미국에서 강남스타일 춤을 함께 췄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년이 흘렀다”라고 했다.

마우톤 씨 부부가 숙명여대 학생들과 인연을 이어온 바탕에는 아이들에 대한 특별한 사랑이 자리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어 처음부터 입양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캠프에 매년 참가하며 한국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게 한 것도 한국을 잊지 않고 스스로 정체성을 만들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올리비아(17)는 “사춘기를 겪으며 정체성에 혼란이 왔지만 아빠, 엄마 덕분에 잘 이겨 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봉사단 13기 김다솔 씨(21)는 “미국에 살면서도 한국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던 올리비아와 앤드루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라고 말했다.

마우톤 씨의 아내 다이앤 씨(51)는 “아이들의 생일 외에 처음 가족이 된 날도 기념하고 있다. ‘갓차 데이(Gotcha Day)’는 아이들이 우리의 가족이 된 것에 감사하는 날”이라며 웃었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숙명여대#siwa봉사단#마우톤씨 가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