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제국 중국’ 꿈 키우는 美유학 1세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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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IB 초대 총재 유력한 진리췬 AIIB 임시 사무국장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초대 총재로 유력한 진리췬 AIIB 임시 사무국장은 아시아개발은행 부총재를 지내는 등 풍부한 국제 금융기구 근무 및 금융외교 경험을 갖추고 있다. 사진 출처 바이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초대 총재로 유력한 진리췬 AIIB 임시 사무국장은 아시아개발은행 부총재를 지내는 등 풍부한 국제 금융기구 근무 및 금융외교 경험을 갖추고 있다. 사진 출처 바이두
‘폭탄 해체 전문가로서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이다.’

홍콩 밍(明)보는 16일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초대 총재로 유력한 진리췬(金立群)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폭탄 제거’만큼 어렵지만 그가 충분한 능력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AIIB 임시 사무국 국장을 맡고 있다. 중국국제경제교류중심의 왕쥔(王軍)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진 국장의 핵심 임무는 중국의 국제경제 및 금융 규칙 제정에서의 영향력을 높이고, 일본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DB) 및 미국이 이끄는 세계은행과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15일 AIIB 창설 회원국이 한국 등 57개국으로 확정되면서 AIIB호의 키를 쥐게 될 진 국장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진 국장은 12일 아시아지역 기업인·정치인 모임인 ‘싱가포르 포럼’에서 “군살 없이 날씬하고 깨끗하며 친환경의 은행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사무국 등 최고 경영진 구성에서도 정치적 배경이 아니라 능력에 따라 임명할 것”이라며 “부패에 대해서는 무관용 정책을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IB의 최대 지분국(약 30%)인 중국은 초대 총장 자리는 물론이고 사무국까지 베이징(北京)에 둘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중국이 AIIB 운영을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데 대해 진 국장은 “중국은 독단적으로 운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제1주주라는 지위는 특권이 아니라 책임”이라며 “중국은 결코 군림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장쑤(江蘇) 성 출신으로 올해 66세인 진 국장은 베이징외국어학원(현 베이징외국어대) 영어과를 졸업한 뒤 지방정부와 재정부 등에서 근무했다. 보스턴대 경제학 대학원 과정을 수료한 ‘미국 유학파 1세대’ 공무원으로 꼽힌다. 외동딸 커위(刻羽·32·런던정경대 교수)도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아 부녀가 모두 미국에서 경제학의 소양을 닦았다.

재정부에서 국제금융 업무를 10여 년간 맡다 부부장(차관)에까지 오른 그는 2003년부터 2008년까지 ADB에서 부총재를 지냈다. 이후 중국투자공사(CIC) 감사장과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이사장을 지내며 중국의 굵직한 대외 투자에 참여했다.

중국 언론들은 이 같은 국제 금융기구에서의 경력과 대외 투자 경험을 발탁 배경으로 풀이하고 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는 재정부 부장조리와 부부장으로 근무하며 각종 금융 회의에 참석해 누구보다 풍부한 ‘금융 외교’ 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어에 능숙하고 프랑스어도 훌륭한 진리췬은 예의가 반듯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며 “그를 만났던 사람들은 대부분 그가 어떤 외국인과도 어울릴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한다”고 전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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