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 레이싱’ 꿈 이룬 난치병 11세 현진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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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석 탑승… 우승 샴페인 터뜨려… “속도 너무 빨라 놀랐지만 짜릿”

난치병을 앓고 있는 이현진 군(앞쪽 가운데)이 25일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오른쪽) 조수석에 탑승해 레이싱을 마친 뒤 삼성전자 소원별 희망천사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우승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제공
난치병을 앓고 있는 이현진 군(앞쪽 가운데)이 25일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오른쪽) 조수석에 탑승해 레이싱을 마친 뒤 삼성전자 소원별 희망천사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우승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제공
25일 경기 용인시의 한 서킷. 레이싱을 앞둔 차량 3대가 나란히 출발선에 섰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 차량들은 굉음을 내며 경쟁을 펼쳤다. 네 바퀴를 돈 끝에 흰색 람보르기니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엄지를 치켜든 카레이서의 옆 조수석에는 난생처음 맛보는 속도감에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진 ‘꼬마 카레이서’가 앉아 있었다.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를 타고 서킷을 돌아보고 싶다’는 소원을 이룬 난치병 어린이 이현진 군(11)이다.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차에서 내린 이 군은 “속도가 너무 빨라 놀라긴 했지만 기분은 짜릿했다”고 말했다.

이날 레이싱은 모두 이 군을 위해 연출된 것이었다. 배아세포종(악성 뇌종양의 일종)을 앓고 있는 이 군은 올해 4월 난치병 어린이의 희망사항을 들어주는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에 소원을 접수했다. 재단은 7개월간의 노력 끝에 삼성전자의 후원을 받아 이 군의 소원을 성사시켰다. 레이싱에 사용된 차량은 ‘람보르기니 서울’에서 제공했다.

이 군은 8세 때인 2011년부터 키가 크지 않고 무기력증을 호소했다. 2년 뒤 병원을 찾은 그에게 배아세포종 진단이 내려졌다. 이후 수술을 받았지만 신경이 밀집돼 있는 부분이라 조직만 떼어내고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했다. 항암 치료를 시작한 이 군은 호르몬 체계에도 문제가 생겨 평생 호르몬 치료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우승 트로피를 전달받고 멋지게 샴페인까지 터뜨린 이 군은 “단 하루지만 소원이 이뤄져 너무 행복했다. 치료를 열심히 받아 언젠가는 ‘진짜 카레이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람보르기니#난치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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