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주 IBK기업은행장 “브로치는 나의 분신… 무궁화모양 달고 거액 유치하기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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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치 마니아’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이 집무실에서 거울을 보며 네 잎 클로버 모양의 브로치를 고쳐 달고 있다. 기업은행 제공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이 집무실에서 거울을 보며 네 잎 클로버 모양의 브로치를 고쳐 달고 있다. 기업은행 제공
“전 그래도 뱀이나 미사일 모양은 안 하고 다녀요(웃음).”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이 떠오른다는 얘기를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이렇게 받아넘겼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중요한 외교 현장에 나설 때마다 상징적인 뜻을 담은 브로치를 단 것으로 유명했다. 그중에는 이라크 측이 자신을 ‘독사 같다’고 비난했을 때 달았던 뱀 모양 브로치, 러시아와 국방협상을 할 때 기선을 잡기 위해 착용한 로켓 브로치도 있었다. 그는 퇴임 후 자신이 달았던 브로치 200여 개를 모아 전시회까지 열었다.

권 행장도 그에 못지않은 브로치 마니아다. 거의 매일 브로치를 가슴에 달고 다닌다. 화장대 서랍 안에 보관해둔 것만 30여 개. 40년이 넘는 은행원 생활을 하며 기회가 될 때마다 차곡차곡 모은 것들이다. “딱딱한 이미지의 정장 차림에 브로치는 화사한 느낌을 주는 면이 있어요. 밋밋함을 커버해주는 포인트 같은 거죠.”

갖고 있는 브로치에 일일이 이름도 붙여 줬다. 네 잎 클로버 모양의 브로치는 ‘행운이’, 별 모양의 브로치는 ‘여름별’이라 부른다. 브로치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매일 아침 브로치를 고를 때도 각별히 신경을 쓴다. 입는 옷의 색깔과 잘 어울려야 하지만 은행의 수장으로서 외부에 주는 메시지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날 어떤 자리에 서고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하는지, 사회 분위기가 밝은지 어두운지도 선택에 영향을 준다. 세월호 참사 직후에는 애도의 뜻을 표하는 차원에서 한동안 하얀 리본 모양의 브로치를 골랐다. “한 번은 여성 고객을 만나는 자리에 무궁화 모양을 달고 나갔는데 그 고객이 무척 마음에 들어 하셨어요. 나중에 그 브로치를 선물하니까 예금을 더 많이 맡겨주셨습니다.”

‘기업은행장’답게 중소기업이 만든 브로치를 애용한다. 최근에는 서울역에 있는 중소기업 제품 전용 판매장 ‘중소기업 명품마루’에서 여러 개의 브로치를 샀다. 행장 취임 전에는 남대문 인근에 사무실이 있는 한 고객사의 제품을 많이 구입했다. 브로치를 만들어 해외에 수출하는 탄탄한 중소기업이다. 권 행장은 “브로치에 작은 큐빅을 촘촘히 붙이려면 섬세한 손놀림이 필요한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말 잘한다”며 “우리 장신구산업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안경도 기업은행과 거래하는 한 중소기업의 제품으로 바꿨다. 대(對)고객 영업의 차원도 있지만 기업은행장으로서 중소기업제품 홍보를 몸소 실천하기 위해서다. “중소기업 지원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미션입니다. 기업들이 앞으로도 마음껏 투자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상품 개발과 정책 지원에 나설 계획입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브로치#IBK기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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