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기금 내시죠”… 국회 불려간 대기업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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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해수위 농어촌 상생협력 간담회… 김태흠, 국정농단 사건 언급하며
“재판정에 안 세울테니 도와달라”

정부와 국회가 15개 대기업 관계자들을 한자리에 불러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을 독려했다. 국회가 전면에 나서긴 했지만 관계 부처 장관들이 모두 참석한 자리여서 사실상 정부가 정치권을 앞세워 기업들에 기금 출연을 강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15일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에 따른 농어촌과 민간기업의 상생발전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황주홍 농해수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위원들은 앞서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이 정부 비축미 5만 t 방출 결정에 항의하며 예산안을 의결하지 않자 간담회에 불참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그룹 LG전자 등 15개 대기업의 사장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FTA로 수혜를 보는 기업들이 농어민 피해를 보전하는 차원에서 연 1000억 원씩 10년간 1조 원을 기부하기 위해 지난해 조성됐다. 그러나 조성액이 지난 2년간 505억7289만 원에 그쳤다.

정부는 강요 논란이 일 것을 우려한 듯 기금 조성은 법에 따른 것이란 점을 유독 강조했다. 이 장관은 “한미 FTA와 한중 FTA 체결 당시 여야정과 경제단체들이 무역이득공유제를 현실화해 보자고 약속했고, 한국당이 대표 발의한 FTA농어업법이 2016년 12월 본회의에서 통과돼 농어촌상생기금을 조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도 “기금에 출연하는 기업은 법인세 감면 등으로 출연금의 70%가 세액 공제 대상이 된다”며 출연을 독려했다.

한국당 김태흠 의원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했던 기업인들이 줄줄이 법정에 섰던 것을 언급하며 “정권이 바뀌어도 이 기금을 냈다고 재판정에는 절대 세우지 않겠다는 확신을 줄 테니 적극 도와달라”고도 했다.

비공개 회의에서 기업들은 현금이 아닌 현물로도 농어촌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기업들로부터 농어촌에 TV 등 전자제품을 공급하거나 교통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의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상생기금#국회 불려간 대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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