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미터와 한국갤럽 괴리의 두 가지 시사점 [동아광장/한규섭]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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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최근 리얼미터의 정당 지지율 조사가 논란이 됐다. 논란의 시작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차이를 4.4%포인트(언론은 ‘1.6%포인트 차이’로 보도했으나 리얼미터 측은 ‘주간 평균은 4.4%포인트 차이였다’는 입장)로 추정한 리얼미터의 5월 2주 차 결과였다. 같은 주 한국갤럽 조사가 15.0%포인트 차이를 보인 것과 극명히 대비됐다. 급기야 여당 대표가 ‘한 곳만 이상한 결과를 보도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반전이 있다. 최근 리얼미터가 한국당 지지율뿐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도 한국갤럽보다 높게 추정해 온 점이다. 지난해 11월 마지막 주 이후 리얼미터는 항상 대통령 지지율을 한국갤럽보다 높게 추정했다. 리얼미터는 대통령 지지율상으론 ‘진보’, 한국당 지지율상으론 ‘보수’란 얘기가 된다. 반면 2018년 당시 야당 대표에게 “거짓 조사”란 말까지 들었던 한국갤럽이 지금은 대통령 지지율상으론 보수, 한국당 지지율상으론 진보다. 진영 논리가 만연한 우리 사회 전체가 ‘인지 부조화’를 겪을 판이다.

진영 논리가 아닌 객관적 시각으로 면접조사와 자동응답설문(ARS) 방식의 차이, 최근 변화한 사회 분위기를 고려하면 인지 부조화를 줄일 수 있다.

한국갤럽 조사는 면접원과 직접 통화해야 하는 속성상 응답자에게 압박이 존재하는 사회 분위기에서는 ‘숨는 현상’에 특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이런 시기가 오랜 기간 지속됐다. 필자는 지난해 5월 29일자 동아광장 칼럼에서 그 시점까지 면접조사가 ARS 조사보다 문 대통령 지지율을 높게 추정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4월 초에 시행된 한 ARS 조사에서조차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 비율이 61.9%에 이르러 약 1.5배 과대 표집된 것도 밝혔다. 그 당시 면접조사는 과대 표집 정도가 더 심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ARS와 면접조사 간 차이가 거의 사라졌다. 보수 유권자들의 숨는 현상이 없어진 것이다. 반면 응답률이 극히 낮은 ARS 조사는 적극적 정치 참여 층이 아닌 ‘중도’ 유권자들이 상대적으로 과소 표집될 가능성이 높다. 리얼미터의 ARS 조사는 양 정당의 적극적 지지층을 상대적으로 과대 표집해 한국당의 지지율이 높게 추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도가 상대적으로 충분히 표집되는 한국갤럽 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리얼미터보다 낮게 나오는 것은 중도 유권자들의 문 대통령 지지가 이전보다 하락했음을 시사한다. 그러면서 한국당 지지율도 동시에 낮게 나오는 것은 한국당이 이들을 흡수하지는 못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결론적으로 두 조사기관의 괴리가 시사하는 바는 양 진영 모두에 대한 중도 유권자들의 실망감이지 특정 조사기관의 편향성이 아니다. 첫 번째 시사점이다.

여전히 한 조각의 퍼즐은 존재한다. 리얼미터의 두 정당 지지율 차이의 추정 값이 어떻게 불과 일주일 사이에 8.7%포인트 이상 변했는지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단 1%포인트, 그것도 반대 방향으로 변했는데 말이다.

필자의 연구진이 정당 간 지지도 차이의 변화를 다각도로 분석해 보아도 5월 3주 차처럼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가 1%포인트 ‘친야’ 방향으로 변화할 때 리얼미터가 8.7%포인트 ‘친여’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은 매우 희박한 확률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정당 간 지지율 격차의 변화 폭을 분석해도 이 확률은 매우 낮다. 심지어 대통령 탄핵 같은 격변기에도 두 정당의 격차가 급속히 변화했던 주에는 대체로 양 조사기관 모두에서 유사한 변화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묻지마식 리얼미터 때리기’는 중단되어야 한다. 리얼미터나 한국갤럽이 ‘편향적’이라 볼 만한 근거는 없다. 진보와 보수 모두 ARS의 수혜자일 때도, 피해자일 때도 있었다. 면접조사가 반드시 ARS보다 우월한 것도 아니다. 사회 분위기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이 마지막 퍼즐은 확률적으로도, ARS와 면접조사라는 방법론적 차이로도 설명이 어려워 보인다. 만약 아무런 방법론적 변화가 없었는데도 이런 ‘튀는’ 결과가 나왔다면 ARS 방식의 ‘불안정성’이 수용 불가능한 수준이란 해석이 불가피하다. 두 번째 시사점이다.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리얼미터#한국갤럽#지지율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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